ⓒAFP PHOTO3월3일 우한시에서 환자들이 새로 건설된 코로나19 전문병원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 감염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후베이성을 제외한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조업 재개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지 〈차이징(中國財經)〉은 3월4일 현재 “21개 성에서 규모 이상(연매출 2000만 위안 이상) 공업 기업의 조업 재개율이 80%를 넘어섰다”라고 보도했다. 저장성, 장쑤성, 산둥성, 허베이성 등 중국 주요 성의 조업 재개율은 이미 90% 이상이다.

중국에서 ‘사스 퇴치의 영웅’이자 ‘바이러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중국공정원(中國工程院) 중난산 원사는 2월27일 광저우 의과대학 전염병 방역 언론 브리핑에서 “4월 말이면 중국 내 코로나19가 대체로 억제되어 국내의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제는 오히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국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증가세를 걱정하는 판국이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확산세가 꺾이고 있는 이유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향후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예단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곳곳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중국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은 신화망(新華網)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고, 정보 교류가 충분히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중국 현지 조사단 책임자였던 브루스 에일워드 박사도 2월25일 제네바에서 열린 실사보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실무적이고 융통성 있는 대규모 방역 조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방호복·마스크 생산에 국유기업이 나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취한 조치를 살펴보면, 정부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집단예방·통제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첫째, 봉쇄식 관리를 통해 사람들과의 접촉을 철저히 금지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했다. 발원지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의 거의 모든 지역이 봉쇄되었다. 육로와 항공길 모두가 막혀 그곳을 들어갈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외출은 철저히 자제시켰다. 항상 많은 사람이 북적였던 대도시 거리에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눈총의 대상이었다.

ⓒReuter코로나19 발생 이후 상하이의 어린이가 자택에서 엄마와 함께 춤추는 모습.

베이징에서는 사법 당국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구금조치까지 가하며 강하게 통제했다. 확진 환자가 다녀간 아파트는 입구에서부터 경비원들이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증이 없으면 아파트 내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심지어 의심 환자가 자가격리 중인 집의 현관문을 열지 못하도록 쇠 울타리로 입구를 봉쇄하는 경우도 생겼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각 단체나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출근이 금지되었다.

둘째, 중앙을 중심으로 통일되고 조직적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당이 중심이 되어 각 기관이나 학교에서는 전염병 영도소조(관리 전담팀)를 만들어 관리하고 통제했다. 각 기관에서는 위챗(중국의 대표 메신저)을 통해 전염병 관리 특별 채널을 만들고 구성원들에게 그곳에 등록할 것을 권고했다. 이름·전화번호·거주지 등 기본적인 신원을 기입하면 자동으로 전염병 관리 채널로 연결되었다. 위챗 내 형성된 전염병 관리 채널로 매일 문답 형식의 설문조사에 건강상태를 기입해 보고해야 한다. 현재 체류 중인 지역, 현재 체온, 기침이나 발열 상태, 후베이성 지역에 간 경험, 확진자와 접촉한 경험 등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만일 제때 제출하지 않으면 전염병 전담팀의 관리자가 빨리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독촉까지 한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통제기간에 외부에서 학교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학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통지문이 게시되기도 했다.

중국의 중앙 국유기업도 나섰다. 국무원 합동방역체제(國務院聯防聯控機制)는 지난 2월18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앙 국유기업의 코로나19 예방·통제 지원 상황을 소개했다. 중앙 국유기업이 석유화학·전력·통신·항공운수 등 핵심 분야의 기초 제품과 서비스 공급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 분야 국유기업들은 긴급 차량을 투입해 기지국 257개를 구축함으로써 후베이성의 네트워크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도왔고, 항공 분야 국유기업들은 후베이성으로 가는 특별 전세기를 159차례 띄워 의료물자와 의료진을 수송했다. 100여 개 중앙 국유기업이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계와 건설, 개조의 임무에 참여하면서 우한의 감염병 전문병원 훠선산(火神山)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이 10일 안에 완공되기도 했다.

의료용 방호복이나 마스크 등의 생산에도 중앙 국유기업이 나섰다. 그동안 의료물자를 생산한 이력이 없었던 기업도 생산품목 전환을 통해 의료품을 생산하고 있다. 2월18일 기준 금속제련·가공 사업을 중점으로 하는 신싱지화그룹(新興際華集團)은 매일 4만5000벌의 의료 방호복을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표 석유기업인 시노펙(中國石化), 방산기업인 빙치공업(兵器工業), 기계설비제조 기업인 궈지그룹(國機集團)이 마스크 생산에 돌입하여 일일 생산하는 마스크가 도합 130만 개 수준에 이르고 있다.

ⓒAFP PHOTO2월28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모습.

셋째,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전염병 예방을 돕고 있다. 먼저 중국은 2월2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바이러스의 주요 숙주로 예상되는 야생동물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야생동물의 식용이 전면 금지됐다. 인공번식과 사육 또한 금지된다. 중소·영세기업을 위한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쏟아지고 있다. 지역별로 기준과 범위는 조금씩 상이하나 대부분 임대료 감면, 세금 감면 및 납부 유예, 대출 상환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문화 기업을 지원하는 데 15억 위안(약 2567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넷째,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식을 확산시키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홈코노미’와 ‘과학기술’ 등을 부각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언론의 통제는 ‘중국식’이라는 그들만의 언어로 적절한 명분을 만들었다. 대국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중국만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난산을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의 희망적인 기사가 연이어 보도되고, “힘내요 우한!(加油武漢), 힘내요 중국!(加油中國)”의 문구가 각종 포털사이트에 도배되었다. 중국 정부에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의견은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소비자의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새로운 형식의 ‘홈코노미(homeconomy:집에서 하는 각종 경제활동)’도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의료, 온라인 교육, 온라인 쇼핑, 온라인 게임 등이 뜨고 있다.

우한은 온라인 의료 서비스를 의료보험에 포함시킨 첫 번째 도시가 되었다. 우한시 의료보장국은 지난 2월23일 온라인 의료 서비스를 의료보험 지급 범위에 포함시키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2월26일에는 진료 예약과 원격 서비스 등이 가능한 모바일 병원 ‘텐센트 위닥터(微醫互聯網總醫院)’에 의료보험 결제를 개통함으로써 우한에서 처음으로 의료보험 지급이 포함된 ‘플랫폼형 온라인 병원’이 되었다.

중국 교육부는 개학 일정을 연기하고 온라인 교육 지침을 내렸다. 그러자 중국의 대표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는 초·중·고등학교에 온라인 학습 플랫폼 등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고, 중국 대표 온라인 교육업체 하오웨이라이(好未來)는 중앙라디오방송총국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양스핀(央視頻)과 협력하여 모바일 앱을 통해 무료로 수업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추왕(環球網)은 “현재 새로운 형태의 홈코노미가 탄생하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방송·물류·소매업 등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판공청(工信部 辦公廳)은 2월18일 ‘차세대 정보기술을 활용한 전염병 방역 및 조업 재개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기업의 조업 재개와 생산 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병원에서 교차감염 방지를 위해 인공지능 로봇을 운영하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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