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15년 6월18일 당시 황교안 총리(왼쪽 두 번째)가 메르스 중점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모습.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다. 바이러스 확산에 청와대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한 달여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SNS와 당내 회의를 통해 정부의 감염병 대응이 잘못됐다고 주장해왔다. 2월26일 기자들과 만난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회담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에 정부 대책이 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보수 언론도 황 대표와 미래통합당 주장에 가세했다.

보수 세력의 대안은 대개 ‘중국인(또는 중국발) 입국 제한’으로 귀결된다. 이들이 설명하는 현 정부의 ‘무능함’은 이런 내용이다. “야당 시절에는 정부를 비판하던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이 되자 중국 눈치를 본다. 근본적 대책인 중국인 입국 제한 대신 애먼 국민만 탓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1월29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처음 입국 제한을 언급했다.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명이나 돌파한 사실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확진자가 급증한 2월19일부터 그는 거의 매일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2월10일 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을 이렇게 적었다. 박 시장은 이 글에서 황교안 대표도 언급했다. “당시 황교안 총리는 ‘초동 단계에서 한두 명의 환자가 생겼다고 장관이나 총리가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여기에는 방역을 대하는 황 대표의 기본적 관점이 담겨 있다. 최근 언행을 보면 그는 여전히 이 관점을 가진 듯하다.

박 시장이 인용한 황교안 대표의 2015년 발언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왔다. 당시 황교안 총리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6월8일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미비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두고 “대통령께서 제때에 해야 할 일을 하셨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자 6월19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초기 대응에 미진한 점이 있었던 점에 대해 새로 총리가 된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6월22일 대정부 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황 총리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초기 대응을 잘했는데 초동 대처가 실패할 수 있습니까?” 황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이 국정의 모든 일에 다 개입하실 수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해가는데 …잘 조치가 안 된다든지 이렇게 되면 그 상선(윗선)이 나서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국정 시스템입니다.” 김 의원은 황 총리가 생각하는 ‘초동 대처’가 무엇인지 묻는다. 황 총리는 “진단” “환자가 좀 늘어나면 협업해서 진단” “원인 분석”이라고 말한다. 반면 김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공개”라고 말한다.

ⓒ황교안 후보 측 제공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2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일견 ‘방역의 내용’을 논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논쟁은 ‘방역의 주체’와도 밀접하다. 황교안 총리는 방역이 1차적으로 의료인의 몫이라고 봤다. 환자가 생기면 ‘진단’하고, 그 수가 늘면 ‘협업’하는 것은 의료기관이다. ‘원인 분석’ 역시 의료인만 가능한 영역이다. 반면 김상희 의원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어떻게 역학조사와 방역이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 확진자 노출 병원을 18일간 공개하지 않은 것을 겨냥한 말이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골든타임’ 동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중앙정부, 병원, 지자체, 국민이 긴밀한 협조”가 생긴다고 보았다.

황 총리는 정보공개 여부와 시점도 전문가가 판단할 문제라고 보았다. 황교안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역학조사나 치료(‘방역’이란 의미로 추정)는 공개에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치료에 핵심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전염병이고 번져나가기 때문에 병원에서만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알고 대처를 해야 한다는 단계가 돼서 정보공개를 한 것인데, 그 시점을 언제로 판단할 것인가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고 그래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를 제거한 방역’이 위험한 이유

메르스 당시를 상기해보면, 황교안 대표가 생각하는 이상적 방역 컨트롤타워는 의료인 집단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황 대표는 ‘전문가 의견’을 강조하는 이런 발언을 해왔다. “전염병 대응은 행정적 시각이 아니라 전문가적인 시각이 존중되어야 한다(1월29일 우한폐렴대책 TF)”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문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가가 제시한 대책을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권의 논리가 아닌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2월24일 최고위원회의).”

하지만 ‘정치를 제거한 방역’이 오히려 해롭다는 지적이 있다. 2015년 논문 ‘메르스 관련 정부 위험소통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원인 분석’에서 김은성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행정 관료와 정치인들이 전문가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넘겨, 전문성이 정치와 행정을 대체”하는 것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전문가와 대중의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을 다룬 두 이론을 소개했다. ‘결핍 모델’에 따르면 대중은 비합리적이고, 쉽게 공포를 느끼며, 위험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의 과학적 지식은 가치중립적이고 탈정치적이며 공평하다. 반면 ‘맥락적 모델’은 과학이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고, 다양한 집단의 협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결핍 모델은 완벽하고 객관적인 과학지식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의사결정을 미룬다. 김은성 교수는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가 이 입장을 택했으나, 전염병이라는 급박한 상황에 부적합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들은 과학적 증거에 의거하여 의사결정을 추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기 전까지 국민들에게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과학적 불확실성은 정부의 대국민 위험소통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그래서 “전문성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의 과잉”이 문제였다고 썼다. “전문가에게 의사결정의 권한을 넘겨주고 책임 있는 행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뒷짐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가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비판을 불렀다. 달리 생각하면 중요 의사를 결정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회피하기 위해 전문가를 방패막이로 내세웠을 수 있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완벽하고 객관적인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바이러스를 지역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무작정 입국금지를 결정하지 말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그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대신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의 주장을 가까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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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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