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2월 내내 병원 밖을 떠돌았다. 그동안 임 원장의 동선을 그려보면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 상급 종합병원, 중소병원, 보건소, 도청, 시청 사이를 잇는다. 그 연결선이 바로 임 원장이 짜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핵심 전략이다. 2월 초 경기도 코로나19 위기대응센터의 의료기관대응지원단장을 맡은 임 원장은 의료계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에 매달렸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의료자원 전쟁이고, 자원을 신속히 확보·배치·재구성·재분배하는 과정이 최대 관건인데, 그 주체가 이제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 같은 중앙정부에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임 원장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공공병원, 민간 병원이 함께 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국민을 살리는 국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나?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특히 청도대남병원에서 정신질환 확진자가,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 중증 장애인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어 품어야 했던 사람들이 수십 년간 격리 수용되다가 드러난 민낯이다.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 엄청나게 어려운 사례다. 그곳 확진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은 일반 코로나19 환자보다 10배 이상씩 인력과 자원이 들어가야 하는 난이도이다. 현장에서 많은 의료진들이 처음 겪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병상은 어떻게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사실 병실마다 그 수준과 상태가 다르다. 전실까지 갖춘 A~B등급 병실은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C등급 병실은 메르스 때 급조한, 음압은 걸리지만 전실은 없는 병실이다. D등급은 창문에 이동형 음압기만 설치되고 성능 좋은 환풍기 정도만 들어가 있고 E등급은 그냥 일반 수준의 병실이다. 경기도에서는 C등급까지 50개 정도를 목표로 전략을 짜왔다. 예를 들면 분당서울대병원 병실은 (중증 환자를 위해) 3개 정도 늘 비워두고, 명지병원·국군수도병원은 중증 폐렴 환자를 넣고 나머지는 경증 환자를 치료한다, 이런 식의 계획이었다. 공중보건의 2명을 차출받아 병원들을 다니며 이해를 구하고 회의하고 상황을 점검하며 ‘이 정도면 돌릴 수 있겠다’ 했는데 대구 상황을 보고 역부족이라는 걸 깨달았다. 50명 입원하는 규모는 감당이 돼도 500명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전담을 위해 전국 공공의료원 병상을 모두 비우라고 지시했다.
경기도 내 6개 공공의료원이 있는데 한꺼번에 병상을 비우는 일이 쉽지 않다. 정신과 병동이 있는 병원도 있는데 어디에서 그 환자들을 받아주겠나. 전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느 곳은 공조 시설이 없는 1970년대 건물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들어가면 안 된다. 포천·동두천 쪽은 공공의료원이 문을 닫으면 지역 내 응급의료 공백이 생긴다. (기존 병동을) 살려두는 게 전체를 봐서 더 나은 곳들이 있다.
또한 병상수만 생각하는데, 전달체계 통로를 만들어놔야 한다. 의료는 전달체계가 생명이다. 일부 특수군을 고려해 어느 정도 세이브해놓고 숨통을 틔워놔야 전달체계가 산다. 단순히 중증과 경증 환자를 나누는 정도가 아니다. 정신질환자, 중증 장애인 같은 특수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한편으론 영유아, 산모, 혈액투석자 같은 별도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특수 환자들을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진료해야 한다는 건가?
이거 하나는 꼭 했으면 좋겠다. 성남시의료원, 충남대 세종병원 같은 곳은 개원 준비를 다 해놓고 아직 병원이 비어 있는 곳이다. 의사 간호사도 다 있고 장비도 갖춰져 있는 500병상 이상 병원이다. 성남시의료원 같은 경우 투석기도 있고 분만실도 있고 어린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초 인력도 충분하다. 성남시의료원, 세종병원에 남부권 병원 하나만 더 찾아서 영유아, 산모, 혈액투석자 전담 코로나19 병원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 환자군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증상이 경미할 확률이 높지만, 특수 케어가 필요하고 불안도가 높은 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자리가 나는 데로 아무 환자를 보낼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에 맞게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병상 배정에 관한 문제를) 시도에만 맡길 수도 없고 정부가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중앙정부와 시군구, 시도, 민간 병원까지 협약을 맺든 협상을 하든 서로 자발적인 방향으로 양보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병상 분배의 틀이 짜이는 뉴스가 나오면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를 위한, 임산부를 위한 대안이 있구나’ 하고. 그러려면 민·관 거버넌스가 만들어지고 지자체장들이 책무감을 가지고 민간 병원을 설득해야 한다. 명령서나 공문을 보내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민간 의료인력, 그들을 멋지게 만들어주고 빛나게 해줘야 한다.
지역 내의 대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까?
중국에서 어느 성은 피해가 크고 어느 곳은 작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코로나19는 팬데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처음 생각하던 위험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완화 전략이란 그런 것이다. 위기 소통,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지역 거버넌스 안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온당한 수준보다 5~6배는 더 크게 피해를 입을 것이다. 막아내는 지점은 지역이다. 전문가들도 지자체로 들어가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에 ‘이거 해주세요’ ‘저건 어떻게 해요?’ 하지 말고 시도와 얘기해 함께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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