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음압실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의 병실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2월27일 인천시 송림동 인천의료원 병동은 태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보건복지부는 2월28일까지 전국 공공의료기관 모든 병상을 비우라고 지시했다. 아직 옮길 병원을 찾지 못한 환자 한두 명이 링거 대를 끌며 걷는 소리가 텅 빈 병원 복도에 울렸다. 최대한 ‘격리식’ 병상을 운영하기 위해 급하게 설치한 유리 차단문이 층마다 복도 중앙을 가로막고 있었다.

2월27일 현재 인천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1명. 2월22일 확진된 59세 여성이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이 환자를 치료하며 곧 다가올 태풍을 준비하는 중이다. 중국 우한 출신의 코로나19 ‘1번’ 환자를 완치 퇴원시켜 국민에게 잠시 희망을 안겨주었던 김진용 과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꽤 비관론자이다. 그는 지금 적막한 이 병동이 조만간 코로나19 환자들로 가득 차고, 격리 음압병동 앞 물품실에 겹겹이 쌓아놓은 치료·방역 물품도 머지않아 동이 날 것이라 예상한다. 그의 비관론이 틀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현재 입원 환자 상태는 어떤가?

금요일(2월21일)에 보건소에서 검사하고 토요일 오전에 들어왔는데 일요일부터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 두통이 너무 심하고 옆구리가 아프다고 했다. CT를 찍었더니 엑스레이상에는 안 보이던 폐렴이 보였다. 코로 산소를 공급하니 산소포화도가 올라가 두통은 사라졌고 열은 아직 나는 상태다.

ⓒ시사IN 조남진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아래)은 “코로나19가 조금 무서운 독감? 그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퇴원한 1번 환자와 비교하면 어떤가?

운 좋게도 두 환자 모두 발병 초기부터 관찰할 수 있었는데 경과가 비슷하다. 1번 환자도 엑스레이는 깨끗한데 CT를 찍으니 하얗게 폐렴이 보였다. 열만 나고 기침도 없는데 CT상에만 병변이 관찰됐다. 또 한 가지 비슷한 점이 바이러스 배출량의 경과다. 메르스는 발병 2주 차에 가장 높았는데 코로나19는 증상 3일째 벌써 1000만copies/mL를 넘어간다. 이 말은 환자가 숨차거나 호흡곤란, 산소가 필요한 상태가 되기 전에 바이러스가 이미 많이 나간다는 뜻이다. 병원 내 감염, 지역사회 감염으로 뿌릴 것을 싹 뿌린 뒤 오히려 폐렴이 생길 때쯤이면 바이러스 배출 농도가 떨어져서 전염력이 낮다. 검역이 굉장히 어려운 바이러스다.

어떻게 확산을 막아야 하나?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련한 ‘유행성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완화 지침( 〈그림 1〉 참조)’을 참고할 만하다.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시 핵심적인 완화 전략 중 하나가 ‘비약물적 중재(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였다. 열나면 집에 있고 기침 예절을 지키고 손을 씻는 것은 기본이고, 대유행이 오면 ‘자택 분리(home isolation)’보다 한층 더 강한 ‘자택 격리(home quar-antine)’가 필요하다. 열이 나면 그 사람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3일은 집에 있으라고 되어 있다. 물론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3~5일째 가장 많이 배출되고, 2주간 천천히 배출량이 떨어지니 이 기준보다 더 강해야 할 것이다.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상태에서 확진자를 모두 입원 치료할 수 있을까?

의료 자원은 결국 제한돼 있다. 갑자기 서지(surge:급등기)가 오면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 커브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이제까지 나온 임상 결과, 좋아질 환자는 금방 좋아지고 나빠질 사람은 3~5일 사이 급작스레 폐가 나빠진다. 그때가 제일 치료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병원에 있어야 한다. 대신 퇴원을 빨리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격리 해제(퇴원) 기준은 메르스 때처럼 증상이 없어지고 48시간 지나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 음성이 나와야 한다. 그건 환자가 소수 발생했을 때 완전 가두려고 하는 거고. 이제 격리 차단(봉쇄) 전략을 일부 유지하면서 완화 전략으로 오버랩해야 한다. 우한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는 2~3주 가운데 초기 5~10일 입원하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 (원격) 치료로 가야 할 가능성이 있다. 대구에서 입원 대기 중 사망하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이 발생하자 정부는 3월1일 경증 환자들을 지역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이 서로 타협해야 한다. 환자가 ‘나는 끝까지 치료하고 갈래’ ‘경증이지만 불안하니 계속 있을래’라고 주장해도, 전문가가 판단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 판단이 100%가 아니어서 5일째 괜찮다가 6일째 나빠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커버하기 위해 24시간 콜센터 진료라든지, 지금까지 없었던 시스템이 생겨야 한다. 새로운 감염병에 똑같은 시스템으로 대응하려고 하면 답이 안 나온다. 내가 제안했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일부 지역에서 시행이 됐다. 이렇게 안 쓰던 방법을 써야 한다. 우한에서 왜 포클레인을 총동원해서 1000병상 병원을 급조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확 나빠질 수 있는 기간 적절히 산소를 공급해줄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응급실 폐쇄, 의료진 자가격리, 검체 채취 과정에서도 과부하가 많이 걸린다.

장기간 다중이용 공간 폐쇄는 절대 반대다. 바이러스는 혼자 살 수 없다. 사람 세포에 기생해야만 산다. 희석한 락스만 뿌려도 다 죽는다. 마트나 아웃렛 같은 곳에 확진자가 다녀가면 소독하고 환기한 후 다시 열면 된다. 하지만 인플루엔자처럼 쉽게 생각하란 말은 절대 못한다. 의료진의 보호구 레벨을 낮추자고도 못하겠다. 감염 전파력을 이야기할 때 쓰는 ‘어택 레이트(attack rate:전파가능확률)’라는 수치가 있다. 똑같은 조건에서 100명에게 뿌렸을 때 몇 명이 걸리나를 의미하는데, 따로 실험할 것도 없이 청도대남병원에서 실험이 돼버렸다. 거의 98% 아닌가. 이 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사람이 지구상에 한 명도 없다. 조금 더 무서운 독감?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의료기관의 과도한 폐쇄도 분명 문제가 있다. 거기를 평소처럼 써야 할 환자들이 다 죽는다. 광둥·베이징은 아니지만 우한은 겪은 일이다. 우리가 현명하게 자원을 나눠서 광둥·베이징의 길을 가느냐, 우한의 길을 가느냐의 차이다.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비약물적 중재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감염학자, 예방의학자, 수학자, 통계학자 등이 모인 감염병 조기경보 연구진들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장거리 대중교통수단(KTX, 비행기, 고속버스) 제한과 비교해 비약물적 중재의 효과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해봤다. 교통수단을 제한하면 곡선이 늦춰지긴 하는데 피크(꼭짓점)가 안 떨어졌다. ‘열나면 멈추는’ 비약물적 중재를 하면 발생 곡선이 느려지고 피크점도 내려갔다. 아직 정식 발표되지 않은 자료지만 정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연구단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자 격리 시점에 따른 효과도 추정해봤다(〈그림 2〉 참조). 감염자와 접촉자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격리될수록 전체 감염자 수는 확연히 줄어든다. 주목할 점은 격리 시점이 빨라지는 것보다 접촉자도 ‘함께’ 격리시키는 게 더 주효하다는 점이다. 감염된 지 평균 1일 후에 감염을 인지하고 감염자와 접촉자를 모두 격리한 최선의 시나리오에서 전파 가능 확률(폐쇄되고 밀집된 공간일수록 높아진다)이 60%에 도달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5%만 코로나19에 감염된다.

ⓒ시사IN 조남진김진용 과장이 완치돼 우한으로 돌아간 1번 환자로부터 받은 메일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비상이다.

얼마 전 이탈리아의 한 의약품 전공자가 내 코로나19 임상 논문을 보고 메일을 보내왔다(이탈리아는 2월27일 기준 확진자 수 450명을 넘겼다). 치료 약물을 탐구하는 듯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관해 궁금한데 아는 건 적어서 공동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비행기 편수로 따졌을 때 감염병 위험도가 상위 5위 안에 들어 있다. 다른 나라도 우리보다 늦게 겪을 뿐 비슷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밀도가 낮지만 하층 의료체계가 더 엉망이라 아무도 장담 못한다. 중국 우한 의사들이 그 정신없는 와중에 7만2314 케이스를 바탕으로 미국 학회지(〈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논문을 냈다. 제목이 ‘중국 코로나19 집단발병의 특성과 중요한 교훈(Characteristics of and Important Lessons From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Outbreak in China)’이다. 교훈을 공유하겠다는 거다. 자기들이 잘했다고. 많이들 중국을 무시하지만 배울 건 배워야 하는 게, 그래도 그들은 (코로나 확산세가) 꺾였다. 우한시도 꺾였다. 나에게 치료받고 우한에 간 1번 환자에게서 어제 메일이 왔다. 괜찮으냐고, 한국 상황을 듣고 걱정된다고.

우리도 희망이 있을까?

지금이 고비인 것 같다. 비약물적 중재를 지금은 할 수 있다. 더 퍼지면 못한다. 정책 결정자와 국민이 합심하면 베이징 수준보다 잘 막을 수 있다. 잠복기가 2주까지 가는데 미적대다간 얼마나 큰 여파가 오는지를 보게 된다. 그때 준비하면 늦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낙관은 정말 안 된다.


〈시사IN〉은 속보보다 심층보도에 초점을 맞춥니다. 코로나19 사태 원인과 대책, 그리고 그 후 대처를 깊이있게 보도하겠습니다. 

〈시사IN〉코로나19 특별 페이지 https://covid19.sisain.co.kr/
〈시사IN〉구독하기 https://subscribe.sisain.co.kr/
〈시사IN〉후원하기 https://support.sisain.co.kr/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