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폭격기’처럼 찾아왔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퍼졌고 한국에서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창궐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얼굴도 공개되었다. 코로나19는 태양의 코로나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신형이라고 한다.
인간은 눈으로 바이러스를 볼 수 없다. 바이러스가 사진 이미지로 만들어지려면 당연히 전자현미경을 거쳐야 한다. 전자파와 자기렌즈,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현미경은 망원경이 그렇듯 인간의 시각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인간은 망원경으로 우주의 머나먼 곳을 보고, 전자현미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볼 수 있다. 망원경과 현미경 둘 다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켰고, 세계를 보는 방식과 대처 방식을 바꾸었다.
사진으로 찍히지 않은 세계는 무의미하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통로인 오감은 그 능력이 제한적이다. 인간은 전화와 확성기 등으로 청각의 범위를 확장한다. 시청각의 확장이 일반화된 것에 비해 촉각·미각·후각은 아직 확장되지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상품화되지도 못했다. 물론 언젠가는 그런 감각도 도구로 확장되고 그 도구는 상품화될 것이다.
지금은 시각이 모든 감각 중에 가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전 손택이 말했듯이, 사진으로 찍히지 않은 세계는 무의미하다. 이제는 SNS에 올려지지 않은 이미지가 그렇게 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최근이다. 서양의 경우 르네상스 이전에는 청각이 시각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 이유는 시각적 정보보다 말과 소문을 통한 청각적 정보가 전파력과 영향력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문맹률이 엄청나게 높고, 책의 보급도 제한적인 시대에 정보의 생산과 교환의 핵심은 청각이었다.
시각이 중요시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인쇄술이 등장하고, 16세기에 현미경·망원경 등 광학장치가 발명되어 세계에 대한 정밀한 관찰이 가능해진 다음이다.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이후 수많은 영상 매체가 등장함으로써 시각은 모든 감각의 최상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거의 모든 문화가 시각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대중적 음악과 음식을 비롯한 일상이 시각화되고, 이미지화되었다.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을 처음 발명해 세포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믿지 않았다. 눈으로는 볼 수 있었지만 다른 감각, 특히 촉각을 통해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은 여전히 원시적이다. 즉 볼 수도, 만질 수도, 냄새도 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열·기침·폐렴 등 증상을 앓아야만 추측할 수 있다. 인간이란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룬 듯하지만 여전히 제한된 감각 능력을 가진 포유류의 한 종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의 습격이 빨리, 더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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