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그림

사람은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중작업, 일명 멀티태스킹 시대라며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컴퓨터가 아닌 인간이기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면 그 과제의 질은 한 가지 일을 할 때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 동시에 세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가정어린이집 원장의 이야기다.

가정어린이집은 주로 아파트나 빌라 1층에서 볼 수 있는, 영유아 정원이 20인 이하인 어린이집을 말한다.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 배치 기준에 따르면 가정어린이집의 원장은 보육교사와 조리사 겸직이 가능하다. 많은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운 가정어린이집은 원장 한 명이 원장 업무, 보육교사 업무, 조리사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 사정에 따라 원장이 차량 운전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소규모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원장 한 명이 여러 업무를 하는 것이 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업무가 같은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원장이 해야 하는 행정 업무는 아이들이 하원한 뒤에 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돌보고 지도하는 보육 업무와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사 업무를 각기 다른 시간에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일과시간 동안 놀이를 지도하고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기본 생활습관을 지도해야 한다. 원장이 조리사와 보육교사 겸직을 하는 경우,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 동안 음식을 조리해야 점심시간에 아이들에게 점심을 배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그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 또 원장이 일과 중에 회의 등으로 어린이집을 비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동시에 세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원장이 원장 업무나 조리사 업무를 하는 동안 보육교사 업무를 할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원장이 조리사 업무나 원장 업무를 할 때 원장이 맡은 반 아이들은 보조교사가 돌보거나 다른 반의 보육교사가 자신의 반 아이들과 원장 반 아이들까지 한 번에 두 배 인원을 지도해야 한다. 보조교사는 말 그대로 보육교사의 보육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다. 보조교사는 하루 근무시간이 4시간으로 짧아서 급여가 많지 않다. 담임교사의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담임교사가 받는 수당들도 받지 못한다.

교사 겸직 원장에게 수당 3만원 지급

그런데 보육교사 겸직 원장이 있는 가정어린이집의 많은 곳에서 보조교사가 원장의 담임교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담임교사의 급여가 아닌 보조교사의 급여만 받으면서 보조교사 업무 대신 보육일지, 관찰일지, 각종 담임교사가 처리해야 할 서류들까지 다 떠맡고 있고, 심한 경우 보조교사가 학부모 상담까지 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보조교사가 퇴근하고 나면 보육교사 겸직 원장반 아이들은 다른 반에 맡겨진다. 아이들을 맡은 다른 반 교사는 초과 보육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학부모 대부분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보조교사가 그 반의 담임교사라고 알고 있다. 어떤 가정어린이집은 아예 학부모에게 보조교사를 그 반의 담임교사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2020년부터 각 지자체에서는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가정어린이집 교사 겸직 원장에게 처우개선수당을 매월 3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원장이 겸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은데, 수당 3만원을 더 준다고 원장이 세 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육교사 겸직 원장에게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교사 지원 같은 현실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보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기자명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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