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중의 탄생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0세기는 대중의 시대였고, 21세기는 개인의 시대다.”

‘대중(大衆)’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라는 뜻이다. 대중이라는 말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양식과는 조응하지 않는다. 이 책은 시대의 중심이 대중에서 개인으로 옮아갔다고 언급하며 대중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펼친다. 대중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2008년 월가 시위부터 아랍의 봄, 서울 ‘촛불시위’, 그리고 2019년 런던과 베를린, 홍콩 등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시위를 보며 포퓰리즘적 대중과 구분되는 ‘새로운 대중’의 출현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은 파괴를 일삼는 대중과 분노하는 폭도가 아니라 항의하고, 열광하고, 즐기는 대중으로 등장한다.”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철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변화된 대중의 정치적 의미를 평가한다.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
이나영 외 지음, 프로젝트P. 펴냄

“우리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침묵입니다.”

미투 운동부터 탈코르셋 운동,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등 2015년 이후 한국 사회 여성인권 의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기사와 온라인상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우리는 ‘더 나은 고민을 할 권리’와 자꾸 멀어지게 되었다. 몇 년 사이 삶 안팎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쏟아졌는데,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은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개념에서 시작해 학교의 성평등 교육,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디지털 성폭력, 미디어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 등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민감한 성평등 의제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페미니즘을 처음 공부하는 청소년부터 교육 현장의 교사, 일상에서의 성평등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추천한다.

 

 

 

 

 

 

 

 

 

기원
김동희 지음, 눈빛 펴냄

“때늦었으나마 저 자신의 작은 부활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여성 최초의 ‘사진 데스크’ 출신이다. 사진기자로 일할 때 굿판을 ‘어지간히도’ 찾아다녔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밟혔다. 그런 그에게 ‘민속사진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본인은 굿 자체보다 굿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기원에 관심이 있었다. 1970~80년대 굿판을 흑백사진 100여 장에 담았다. 샤머니즘 의식에 깃든 여성들의 몸짓과 표정이 시선을 붙든다. 무속을 미신으로 취급하던 시절이지만 작가는 굿판에 모인 사람들과 무속인의 엑스터시에 주목했다. 김열규 국문학자는 이 작품집을 한국인의 ‘집단적 자화상’이라고 해석한다. 1983년 〈굿판〉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가 37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작가는 70세가 됐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김민식 지음, 푸른숲 펴냄

“버틸 것인가, 싸울 것인가.”

1년에 책 한 권씩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여행, 글쓰기, 영어. 이번엔 ‘싸움 노하우’라고 한다. 격투기라도 시작한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펼쳤는데 시작부터 고(故) 이용마 기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싸움이 아니었다. 엄혹한 시기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던 그 싸움이다. 1996년 공채 시험 면접에서 MBC 프로그램을 안 본다고 답했던 김민식 PD는 훗날 〈뉴논스톱〉과 〈내조의 여왕〉 등 히트작을 만든다. 잘나가던 스타 PD가 노조 부위원장을 맡은 후 좌천됐고 7년 동안 연출직을 놓아야 했다.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술술 읽히지만 마음이 쓰리다. 드라마국에 복귀했지만 높은 자리를 탐내다 괴물이 될까 봐 두려운 그는 그러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제임스 설터 지음, 최민우 옮김, 마음산책 펴냄

“입 밖으로 나온 말들, 맞이한 새벽들, 지냈던 도시들, 살았던 삶들 모두가 책의 페이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2015년 6월 아흔의 나이로 제임스 설터가 숨졌을 때 부인 케이 엘드리지 설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상자를 발견했다. 이미 출판된 최종 원고뿐 아니라 메모와 초고까지 꼼꼼히 모아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최고’라 생각된 글을 추렸다. 책에 실린 산문 35편마다 저자가 기억하고 기록한 사람, 장소, 시절이 촘촘히 빛난다. 그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았던 마음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책 없이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미련이 읽힌다. “책도 책이지만 내가 쓴 것들, 반드시 출판할 필요는 없는 그 글들을 두고 갈 수 있을까?” 글은 그가 소유한 것 중 가장 가치가 있었다.

 

 

 

 

 

 

 

 

 

 

인간 관계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사람은 누구나 매력, 곧 사람을 유혹해 사로잡는 힘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과 이를 좇는 욕망을 파헤치는 책들을 써왔다. ‘권력술의 대가’ ‘부활한 마키아벨리’ 같은 칭호로 불린다. 그에 따르면, 수세기 전까지만 해도 폭력과 힘을 지닌 선택된 소수만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기지와 지략으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권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관계에서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에 ‘유혹’이란 이름을 붙인다. 모든 ‘유혹자’들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인간 관계의 전략’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미국의 도서 전문 매체인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이 책에 대해 “도덕의 나침반이 오로지 권력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릎 꿇어 받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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