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 고용직이죠.” 이종철 작가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그린 만화 〈까대기〉에 나오는 말이다. 택배원은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지만 업무상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기에,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9개 직종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일반인 배송 아르바이트’인 쿠팡플렉스로 일하면 택배원으로서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남의 물건을 집화(모으는 것)·수송·배송하는 것만 택배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자사가 매입한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어서 택배가 아니다. 눈으로 보기에 택배원과 쿠팡플렉스가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럼에도 택배원이 될 수 없는 쿠팡플렉스는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일하다 살얼음에 미끄러져도 운이 좋으면 자동차 보험을 적용받길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시사IN 신선영

전향적 해석으로 쿠팡플렉스를 택배원으로 본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른바 ‘전속성’, 즉 해당 업체에서 전체 소득의 과반을 얻거나 전체 업무시간의 과반을 종사했다고 인정되어야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인 배달 아르바이트 ‘배민커넥트’는 또 산재 적용이 된다. 전속성 기준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산재보험에 일괄적으로 가입시켰고, 고용노동부가 사후에 이를 인정했기에 가능했다. 배달 대행 라이더는 택배원이자 퀵서비스 기사로서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그럼 배달 라이더는 다 보호받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같은 일반인 배달 아르바이트인 ‘쿠팡이츠’로 일하는 이들은, 기업이 산재보험에 일괄 가입시키지 않아 산재보험에서 비껴나 있다. 일하다 사고가 나도 본인 책임이다.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가 하는 일과 그 위험의 본질적 차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라고 했다. 택배라 불리지 못해 택배원이 적용받는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 기업이 ‘선의’를 베풀지 않는 한 개인 사업자로 남는 노동의 존재를 차별이 아닌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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