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의미에서 개인이 음악을 소유하게 된 것은 음반이 나왔을 때부터, 그러니까 축음기가 발명된 이후다. 즉, 음악은 애초 음반에 갇혀 있지 않았다. ‘태초에 스트리밍이 있었다’라고나 할까. 소유와 별개로 음악은 언제나 늘, 찰나의 순간에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들었다. 바로 그때 듣지 않으면 사라져버렸다. 시간의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장소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해결책은 바로 전화였다.
19세기 후반 전화가 발명됐을 때 파리 오페라하우스, 혹은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상연되는 이벤트 실황 중계를 전화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실제로 1881년 파리 엑스포에서 이 아이디어가 시연됐다. 이름하여 극장전화(테아트로폰· Théâtrophone)다. 프랑스의 발명가이자 기술자인 클레망 아데르는 박람회장과 약 3㎞ 떨어진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의 공연 실황을 연결함으로써 박람회장에 또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한정된 장소를 구애받지 않는 ‘기술’에 사람들이 열광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오늘날 PC방처럼 파리 시내에는 테아트로폰이 설치된 전화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 등 전 유럽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전화방은 한 번 입장해 약 5분간 듣는 데 50상팀(약 600원) 정도였다. 정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정액 요금제도 있어 아예 오페라 시간에 맞춰 전화기를 통해 오페라를 듣기도 했다. 일종의 주크박스였던 셈이다.
부잣집은 자기 집에 직접 테아트로폰을 설치했다. 가령 빅토르 위고는 1881년 11월11일 메모에서 테아트로폰 사용기를 남겼다. “애들이 정말 좋아하더라, 나도 그랬고(빅토르 위고 사후 출간된 메모 모음집 〈Choses vues〉).” 1911년 서비스에 가입한 마르셀 프루스트도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기 위해 테아트로폰을 설치했다고 전해진다(프루스트의 서신을 모은 서간집 〈Proust au miroir de sa correspondance〉).
신문에는 테아트로폰 편성표가 실릴 정도로 테아트로폰 전화방은 성행했지만 저작권 개념은 쉽게 무시됐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자기 작품에 대한 전화방 방송 중단을 법원에 요청했고, 결국 벨기에 법원에서만은 승리를 거뒀다. 다른 나라에서는 승소의 ‘재미’를 못 봤는지, 전해지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
테아트로폰 서비스, 라디오 서비스에 통합돼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아트로폰의 영역은 점점 확장됐다. 처음에는 전화로 오페라를 원거리에서 듣자는 목적이었지만 점차 뉴스나 주가 정보까지 전달하기 시작한다. 유선통신은 무선통신을 이길 수 없었다. 테아트로폰 서비스는 20세기 초 라디오 서비스가 시작되며 통합됐다. 테아트로폰이라는 ‘형식’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게 됐다. 당연하게도 축음기가 발명됐다고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았고, 라디오가 나온다고 해서 음반이 안 팔리지는 않았다.
이 테아트로폰 서비스에서 눈여겨볼 사항이 있다. 구독 및 이용 요금제에 따른 과금 형태(건별·시간별·구독형·광고형 등)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다. 현재 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시하는 가격제는 19세기 테아트로폰 서비스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형태다. 전화기로 음악을 듣던 시대를 지났다가 우리는 다시 전화기(휴대전화)로 음악을 듣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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