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편에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있다.

윤건영을 만났다. 1월7일 오전 10시부터 120분간 인터뷰했다. 하루 전인 1월6일까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다. 1월7일은 그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으로 보낸 첫날이다.

〈시사IN〉은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기를 대통령 복심의 눈으로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결심한 2011년부터 함께한 초기 그룹으로 이호철·양정철·김경수·윤건영 등이 있다. 다른 이들이 2선 후퇴하거나(이호철), 당에서 총선 밑그림을 그리거나(양정철), 선출직으로 가는 동안(김경수) 윤건영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복심으로 활약했다. 그가 맡은 국정기획상황실(이하 상황실)은 사실상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곳이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 최대 관심사인 남북 관계의 핵심 플레이어다. 문 대통령 말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장 얘기 많이 해본 대한민국 사람”이다. 국내 정책과 남북 관계라는 국정의 두 기둥을 아울러 말해줄 최적임자다.

인터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모의 덕목이라는 침묵이 몸에 배어 ‘지퍼’로 불린다. 예상은 빗나갔다. 내밀한 이야기가 많아 ‘오프 더 레코드(기사화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는 설명)’가 난무하기는 했으나, 윤건영은 꽤 솔직하게 내막을 설명하고 의견도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본인도 사정권에 들어간 검찰의 권력 핵심부 수사 문제,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 한·일 무역분쟁, 대학 입시제도 논란 등 국정 이슈를 보는 청와대 내부의 관점을 비교적 투명하게 말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민감한 남북 관계도 최대한 답하려 했다.

윤건영은 객관적인 관찰자나 논평자가 아니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최전선에서 꾸려온 플레이어다. 그의 시선에는 당사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수읽기와 통찰 외에, 당사자만이 갖는 편향과 아전인수도 틀림없이 섞여 있다. 가감 없이 기록했다. 대통령의 복심이 보여주는 수읽기와 통찰과 편향과 아전인수, 이 모두는 문재인 정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시사IN 윤무영

대통령이 왜 국정 상황실장을 맡겼을까?

대통령님(청와대 참모들의 호칭을 그대로 살린다) 스타일이 믿고 맡기는 편이지 미션을 주는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스스로 미션을 생각해야 한다. 청와대에 상황실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 생겼다. 상황실 하셨던 분들을 쭉 만나서 말씀을 들었다. 상황실이라는 게 제2의 IMF 위기 같은 국난(國難)을 방지하도록 하는 감시견 역할로 생겼더라.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살피고 쓴소리 하는 역할이 기본이라고 이해하고 준비했다.

난감했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당선 다음 날인 (2017년) 5월10일 새벽 5시에, 최초의 상황팀원들을 데리고 청와대로 출근했다. 박근혜 대통령 스태프들이 여전히 다 있는데, 그야말로 사무실 하나에 딱 자리 잡고, 자 이제부터 시작, 이렇게 되는 거지. 말도 못하게 막막했다. 당시는 북측이 토요일마다 미사일 쏘고 그럴 때다. 대통령님이 당선되자마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부터 했다. 모든 업무가 상황실로 떨어졌다. 외교부·통일부 지원받으면서 버티고, 대통령님이 안보실장 지명하면 안보 업무는 넘기고, 또 어느 비서관실이 생기면 넘기고, 그렇게 분가를 해갔다. 하나 고마웠던 게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님들과 청와대 스태프들의 도움이 있었다. 공직의 기본을 지켜주었다.

극한 직업으로 들린다.

972일 했다. 2년8개월이다. 자랑 좀 하면, 상황실장으로 최장수다. 상황실장은 이렇게 오래 할 수 없다. 모든 국정 상황이 몰려오는 곳이라 체력과 정신력 고갈이 말도 못한다. 하루는 정말 길다. 그런데 972일은 엄청 빨리 지나갔다. 일요일 출근하는 주 6일 기본에 주 7일 근무도 흔했다. 언젠가 금요일에 퇴근하고 일요일 휴가 내서 애들 데리고 제주도에 몰래 간 적이 있다. 토요일 아침에 애들하고 산책하는데 대통령님 전화가 왔다. ‘윤 실장 어디야? 들어올 수 있어?’ ‘잠깐 밖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만 말하고 바로 비행기 잡아타고 왔다. 무슨 일이었는지도 기억 안 난다. 그런 게 일상이었다.

판단의 갈림길에 섰을 때, 지금이라면 다르게 판단했을 장면이 있나?

임기 첫해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수학능력시험(수능) 하루 전날이었다. 수능 연기는 누구도 생각을 못했다. 참모들은, 수능을 어떻게 사고 없이 잘 하지, 생각이 이렇게 간다. 그런데 대통령님은 생각이 근본으로 간다. 이건 공정과 정의에 어긋난다, 이런 기준으로 판단한다. 상황실장이라면 수능 연기 제안을 먼저 했어야 했다.

ⓒ시사IN 조남진2017년 11월16일 포항시 한 실내체육관이 지진 이재민들로 가득 차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조국 대란’의 영향권이다. 상황실 역할이 있었나?

조국 장관 임명 여부를 판단하는 막판에 대통령님한테 여쭤봤다. 임명할 경우와 안 할 경우 중에 어떤 게 필요한지. 양쪽 다 준비해놓으라 해서 둘 다 만들어 보고드렸다.

임명할지 철회할지, 참모로서 의견은 냈나?

당연히 낸다. 나는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판단은 달라졌나?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하는 건 큰 의미가 없고, 나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임명해야 한다고 조언할 거라 생각한다. 임명 안 할 정도의 과오가 아니라고 봤다.

결국 ‘조국 대란’이 검찰의 전방위 정권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 조사를 받았나?

참고인으로 한 번 받았다.

ⓒ시사IN 신선영지난해 9월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재수 수사’ 과정에서 인사 청탁과 감찰 무마, 두 가지 의혹을 받았다. 이를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포함된 텔레그램 방에서 논의했다는 의혹인데, 사실인가?

모두 다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면 텔레그램 방이 있었다는데, 그 방 자체가 없다. 그리고 내가 뭐 하러 인사 청탁을 유재수 국장에게 하나. 내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인데. 기본적으로 나는 말을 아껴왔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그리고 내가 대통령 참모로서 수사 중인 사건을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서 얘기를 안 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수사 행태는 좀 아닌 것 같다.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얻을 기회를 잃고 있다고 본다. 공수처법에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인사 실패 아닌가?

내가 인사추천위원이었다니까.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1월2일 국립서 울현충원을 방문했다.

그러니까 묻는 것이다.

검찰이 갖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흐르거나 기소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국정 수행 지지도가 결정적으로 빠진 시기는 2018년 8월부터인데,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논란이 불거진 때다.

맞다. 다만 최저임금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여러 어려운 문제가 중첩되었다. 분명한 건 임기 3년 차에 이 정도 지지율은 전례가 없다.

상황실은 정보 역량이 중요한데, 국가정보원 국내 파트가 없어져 일하기 난감하지는 않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예전 국정원은 아이오(IO·국내정보 담당관)라는 게 기관마다 다 있었다. 이 아이오가 기관들 갈등을 중재했다. 말이 중재지, 뒷조사한 정보를 가지고 팔을 비튼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가 말을 잘 안 들으면 아이오가 장관 뒷조사 정보로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건데, 없으면 통치가 난감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걸 정부가 잘 작동한다고 말해도 되는 건가? 안 되지.

상황실 업무 속성상 다른 비서관실에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겠다.

해야 할 때가 있는 정도가 아니다. 사실 그게 전부다. 정상적일 때는 담당 비서관실이 알아서 하는 일을 우리가 다시 들여다보는 거니까. 직제상 상황실은 비서실에 속하지만, 직제를 넘어 안보실이나 정책실도 들여다본다. 정부 부처 것도 당연히 본다. 완전히 악역이다.

한·일 무역분쟁도 살펴봤나?

대응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한다. 우리는 그 대응을 살펴보는 게 기본 업무 구조다. 일본 정부의 말을 쭉 들어보면, 대한민국이 삼권분립 국가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30일에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있었다. 7월1일에 수출규제가 들어왔다. 남의 잔칫집에 재를 뿌렸다.

ⓒ연합뉴스지난해 7월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제품 불매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이 야심차게 준비한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6월29일에 끝났다. 다음 날 판문점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갔다. 그것 때문일까?

그거 아니면 어떻게 해석이 되나. 수출규제를 2~3일 더 늦게 한다고 무슨 탈이 나나.

청와대가 부처를 틀어쥐고 그걸 ‘실세’ 상황실장이 한 번 더 본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센 것 아닌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처럼 부처와 지방정부에 권한을 많이 넘긴 정부가 없다. 대학입시 문제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님은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초기부터 강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반대하니까 부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다. 대통령님은 입시가 본질적으로 단순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철학을 교육부가 많이 따라오지 못한 대목이 있는데, 그런데도 교육부 자율을 상당히 많이 줬다.

결국 대통령 뜻대로 정시를 확대하지 않았나?

정말 대통령님 뜻대로 했으면 그냥…(그는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청와대 상황실은 잘못 작동하면 옥상옥이 되는 기구다. 정책 영역의 담당 부처와 비서관실을 넘나들며 감시와 조율 작업을 하는데, 이런 개입을 반기는 조직은 사실상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관계의 중요한 전기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막식 참석 대표단에 포함됐다. 김여정 부부장의 동선, 일정, 심지어 아침식사까지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서는 곤란했다. 상황실이 키를 잡고 주무 부처인 통일부를 지휘했다. 통일부의 불만이 간단치 않았다고 당시 상황실 실무자들은 회고한다.  

나아가 윤건영 상황실장은 남북 관계의 키맨으로 올라선다. 2018년 3월에는 대북특사단의 일원으로 남북 관계와 무관한 상황실장이 포함되어 여론의 주목을 끌었고, 이후 남북 교류 장면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여 “판문점에 가면 볼 수 있는 남자”라는 평도 얻었다.

왜 상황실장이 업무 영역도 아닌 남북 관계의 키맨이 되었나?

내 자랑 같아서 민망한데, 나니까(웃음).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황실장이 북에 갈 일은 없었을 거다. 북에서 나를 볼 때 상황실장이 왔다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과 바로 통할 수 있는 사람, 저 사람한테 말을 하면 대통령한테 바로 전달되겠다는 신뢰가 있는 사람. 남북 관계에서는 그게 중요하다. 그래서 북에서도 우리가 그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김여정을 보내는 것이다. 보수 정부 9년 동안 남북 라인 자체가 없어졌다. 북도 우리를 못 믿잖나. 그러니 간을 봐야지. 그러려면 적어도 처음에는 반드시 대통령하고 얘기가 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내가 뽑혀 갔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하다 보니 관계가 형성이 되고, 내가 채널이 되었다. 그게 나중에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을 조율할 때 큰 힘이 됐다.

남·북·미 관계가 부침이 컸다. 가장 난감했던 장면이라면 역시 2차 북·미 회담 결렬인가?

그렇다. 하노이 때다.

예상했나?

아니다. 그건 깨지면 안 되는 거였다.

속보가 뜰 때 기분이 기억나나?

멍했다. 이게 과정을 좀 짚어봐야 한다. 2017년에 우리가 베를린 구상도 발표하고, 북·미 양쪽을 조금씩 끌어당기는 과정이 있었다. 그게 2018년 평창으로 이어졌고, 그 힘으로 2018년에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 있었다. 그때는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끌고 왔다.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여건을 보았을 때 북·미 관계가 우선이라고 본다. 북·미가 풀려야 남북이 풀리는 구조다. 왜? 북한 핵 때문에 그렇다.

북·미 관계에서 우리는 보조 역할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나는 북·미 관계가 앞바퀴고 남북이 뒷바퀴라고 생각한다. 반 보 뒤에서 따라가 주는 것이다. 그런데 2018년에는 남북 관계가 앞바퀴였다. 평창이라는 모멘텀이 있었고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졌으니 앞으로 나가서 북·미 관계를 끌어올 수 있었다. 2019년은 북·미 관계가 다시 앞바퀴로 나와주는 해였다. 남북 관계가 나름의 역할을 했으니 다시 북·미 관계가 끌어주길 기대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이게 될 듯 될 듯하면서 잘 안 됐다.

윤건영은 여기까지만 답했다. 그는 남북 관계 문제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오프 더 레코드’도 자주 건다. 그의 생각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북·미 관계가 막히면 남북 관계가 다시 앞바퀴로 나가서 끌어야 한다”라는 취지가 이 말에 함축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남북 관계를 일방적으로 진전시킨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구조적으로 북·미 관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엔 제재도 무시하고 남북 관계를 전면 복원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북·미 관계 앞바퀴가 계속 헛도는데도 뒷바퀴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남북 관계가 앞바퀴로 가서 끌어야 한다. 북·미 관계가 수렁에서 빠져나오도록 견인하고 다시 뒤로 빠져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시작된 2019년은 그런 견인이 필요한 시기였고,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도 그런 시도의 결실이었다.

그는 비슷한 이야기를 미국에도 전했다. 상대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북한정책 특별대표였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10월30일 청와대를 찾은 날 윤건영 상황실장을 따로 요청해 만났다. 당시에 크게 화제가 되었다.

비건 특별대표에게도 앞바퀴 뒷바퀴론을 설명했나?

비슷한데, 좀 다르게 오른발 왼발로 설명했다. 북·미가 한 발, 남북이 다른 한 발. 우선 북·미가 먼저 가주면 우리가 따라가겠다. 그런데 그러려면 우리가 좀 더 나가야 걸음을 걸을 수 있다. 그러니 남북이 한 발을 나갈 때 우리가 북·미보다 좀 더 나간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한쪽 발 깽깽이로 가봤자 얼마 못 가고 쓰러진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 이런 설명을 했다.

2019년 이후 북한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고, 문재인 정부에 적대적이라고 시민들은 느낀다.

나는 좀 다르다고 본다. 두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 두 사람은 전대미문으로 자주 만났다. 정상회담 세 번에 남·북·미 정상회동 한 번 해서 벌써 네 번이다. 임기 전반기에 그 정도다.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영상을 자세히 보시라. 이동 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대통령님 손을 꼭 잡는 장면이 나온다. 통상 정상회담에서 함께한 시간을 분 단위로 잰다. 남북 정상은 통역도 없이 며칠씩 함께 있었다. 북에서 비난 메시지가 나오는 걸 잘 보면, 김정은 위원장 발언으로 나오는 게 없다. 위성매체들이나 조선중앙통신에서는 나와도 정상끼리 공격하지는 않는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2018년 4월27일 제1차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나?

정말 어려운 문제다. 북은 핵이 자신들의 명줄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가야 할 길이라고 누누이 말했다.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이전에, 그건 한반도 평화로 가는 외길이다.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어떻게 사나. 다른 어떤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임기 내 비핵화인가, 아니면 임기 내에는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임기 내에 비핵화가 이뤄지면 그보다 좋은 게 없겠다. 그러나 시기를 정해놓고 생각하면 조급증에 걸린다. 성과부터 생각하면 안 된다. 임기 중에 없애면 좋고, 아니라도 그다음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다. 어차피 외길이다.

ⓒ청와대 제공5월26일 제2차 정상회담.

남·북·미 관계는 희망이 고조되던 2018년과는 분위기가 분명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2018년 연내 서울 답방은 불발됐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은 결렬됐다. 2019년 6월에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으로 잠시 해빙 무드가 있었으나, 2~3주 내로 실무회담을 가동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윤건영은 그러나 상황이 결정적으로 나빠졌다고 보지 않는다. 그를 잘 아는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결국 핵심이다. 교착 상태가 지속되다가 미국 대선을 계기로 북·미 관계에 결정적 반전이 있을 수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양이 판단한다면, 평양은 트럼프 행정부를 1년이 아니라 5년짜리 파트너로 생각하게 된다. 이러면 던지는 카드의 성격과 질이 달라진다. 이건 미국 국내 정치 변수가 얽혀 있다. 동시에 평양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만들어줄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기도 하다. 2020년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해온 북핵 해법의 결정적 한 해이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 변수가 원체 강해서 매우 조심스러운 해이기도 하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9월20일 제3차 정상회담.

총선 출마 결심은 굳혔나?

지역구를 공개하기에는 이르지만 출마는 결정했다(민주당에서는 그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공인된 ‘순장조’(대통령 임기를 끝까지 함께하는 청와대 참모)였다. 왜 나가려 하나?

맞다. 사실 나는 임기 중에 청와대를 나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두어 달을 굉장히 고민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촛불정부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촛불의 명령이 제도화되려면 결국 딱 걸리는 지점이 국회더라. 나는 내 개인 목표로든 대의로든 결국은 대통령님을 지키는 게 목표다. 내가 5년 내내 청와대에 있으면 고인 물이 썩는 일이 벌어질까 봐 무서웠다. 내가 새로운 인물을 막고 있지 않나? 복심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옆에 있어서 할 말을 못하는 게 아닐까? 계속 자기 검열을 하지만 그래도 두렵다. 그리고 이건 정말 솔직한 얘기인데, 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마음을 굳혔다. 아, 나가야겠구나.

분노해서?

그런 건 아니고(웃음). 나라는 존재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유재수 사건 관련해서 언론에 나오고 타깃이 된다. 내가 오른팔이니 복심이니 이런 게 너무 부각되니까 나를 때리면 대통령을 때리는 게 되어버린다. 국정 운영에 죄송스럽다. 나는 검찰하고 당당하게 싸울 수 있지만, 그걸 청와대 안에서 할 수는 없으니까. 사실 검찰도 정부의 기관이니까 청와대에서 그러는 건 말이 안 된다.

ⓒ싱가포르정부 제공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까. 정치인 윤건영을 세일즈해보자. 핵심 스토리는?

문재인 정부.

정치인 하겠다면서 이렇게까지 자기 말고 대통령 세일즈를 하기도 쉽지 않다.

임기 전반기에 대한 평가를 잘,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 자유인이 된 첫날에 이렇게 긴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공수처법은 60년 만의 대사건이다. 남북 관계도 중대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 포용정책, 문재인 케어, 치매 국가책임제 등등 다른 정부라면 하나만으로 반년은 싸울 정책들을 엄청나게 많이 추진했다. 그런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참모인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연합뉴스지난해 6 월30일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자유한국당은 헌정체제의 선을 넘어 탄핵당한 대통령의 당인 동시에, 많은 주권자들을 합법적으로 대표하는 당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은 배제와 도태의 대상인가, 합의와 토론의 대상인가?

나는 합의와 토론의 대상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과 대화 시도를 굉장히 많이 했고 제도적 틀도 만들었지만 그게 다 흐지부지됐다. 야당이 대화를 거부한다. 솔직히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야당의 변화를 국민들이 이끌어내 주실 것이다. 그 이후라면 합의와 토론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