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뇌과학자인 저자는 우리 뇌가 스마트폰 같다고 쓴다. “온종일 들고 다니지만 스마트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물으면 ‘에… 앵?’ 하고 얼버무린다.” 스마트폰을 알면 어떤 앱이 배터리를 잡아먹는지, 어디에 피싱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보이는 것처럼, 뇌를 이해하면 일상의 핵심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뭔가 잊어버렸는데 그게 무엇인지, 왜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해답이 떠오르는지, 왜 잊고 싶은 기억이 새벽 3시에 떠오르는지 따위다.

뇌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타인을 예측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저자가 책 전반에서 주목하는 것은 관계다. 그는 우리 뇌가 늘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공감 능력이나 유머 감각 같은 인간만의 특질이 발휘된다. 타인이 주는 신호를 필사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호르몬도 여기에 동원된다.

스마트폰과 달리 사람의 뇌는 때때로 착각하고 종종 오류에 빠진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더라도 뇌는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선입견이다. 축구 팬은 응원하는 팀이 판정에서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당원은 소속 정당이 실책을 범해도 노선을 바꾸지 않는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선입견에 따라 타인을 대한다. ‘과거에 한 경험’이나 ‘첫인상’처럼 불확실한 근거로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박에 가까운, 타인에 대한 신뢰가 모여 공동체를 유지시킨다.

말랑말랑한 내용은 아니다. 대인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이나 내면의 화를 다스리는 길을 제시하는 부류의 자기계발 서적에 속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일종의 ‘사용설명서’에 가깝다. 생소한 전문 용어가 곳곳에 등장하고, 몇몇 사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설명서가 으레 그렇듯 ‘각 잡고’ 찬찬히 정독하면 복잡한 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