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지 그림

“면접위원으로 들어가서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부당노동행위일까요?” “아직 노동자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가 아닙니다.”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질문, 누군가 답변을 달아놓았다. 그래도 개념은 알고 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노동법 교육도 안 해주는 나라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알기란 쉽지 않다. 부당노동행위를 ‘노동 현장에서 겪는 부당한 행위’로 오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임금 체불, 초과근무, 병가 후 복직 거부, 이유 없는 전보, 왕따와 갑질, 이거 부당노동행위 아닌가요? 네, 아니에요.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단결, 단체교섭, 단체행동을 방해하거나 노조 운영에 대해 지배·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입니다. 해고 등 개별적 근로관계 불이익도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면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

개념을 안다 해도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사용자의 지배·개입은 대개 은밀히 이뤄지고, 맥락과 증거를 갖춰 고소해도 처벌로 가는 길은 멀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부가 처리한 사건 993건 중 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237건이고, 검찰이 실제 기소한 건수는 29건이었다. 법정형도 높지 않다(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 재판부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면 경미한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2017년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2018년 심종두 창조컨설팅 전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가 법정 구속되었다. 2019년 8월 강기봉 발레오전장 대표이사가 구속되었고, 최근 에버랜드·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삼성전자 임원들이 구속되는 등 조직적 노조 파괴에 대해 엄벌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애초에 유성기업도, 삼성도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 2013년 심상정 의원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했지만, 문건의 작성 주체와 출처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성기업은 피해자들이 법원에 낸 재정신청을 통해 엄벌이 이뤄졌고, 삼성전자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건으로 압수수색을 하던 중 노조 파괴 공작 문건이 대거 발견되어 재수사에 이르렀다.

민간 기업들이 폭력 용역회사와 결탁해 노조 파괴에 나섰다면, 공공부문은 이른바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노조 파괴에 나섰다. 발전사들은 배·사과·토마토(겉도 빨갛고 속도 빨간 강성 노조원)로 노동자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드래프트제(부서장이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선별해 보직을 이동시키거나 승진시키는 제도)로 노조를 탈퇴하도록 회유했다. KT는 일명 ‘구석찍기’ ‘목표득표율 달성’ 등을 통해 회사가 투표 결과를 검증하고 친회사 노조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억대의 나랏돈을 투입해 ‘건전 노총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노조 없는 풀밭을 청정하게 가꾸려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원자에게 ‘노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실정법상 부당노동행위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할까. 입사 전 그 질문을 받고 ‘십자가 밟기’처럼 양심을 부인하고 들어온 직원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을까. 배·사과·토마토로 성향을 파악했던 발전사들(2010년), G(green)·Y(yellow)·R(red)로 성향을 분류해 ‘강성 노조’로 분류된 R 등급을 별도 관리한 현대중공업(2018년), 노조 없는 풀밭을 청정하게 가꾸느라 씨앗조·울타리조·제초조를 운영했던 이마트(2013년), 그린화(Green)를 위해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 노조 와해 공작을 펼친 삼성이 그렇게 다를까. 아직도 부당노동행위는 많고, 갈 길은 멀고, 우리는 이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기자명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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