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2009년부터 연말 부록으로 ‘행복한 책꽂이’를 펴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독서 리더들의 면면은 바뀌었지만, 이들이 추천한 올해의 책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디어에서, SNS에서 요란스럽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동굴 속 보석처럼 조용히 반짝이던 책들이 세상에 나온 기분이다.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 앉을 시간을 만들어주는 한 권의 시집도 있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기록도 있다. 물론 묵직한 인문학 서적도, 당장 펼쳐보고 싶은 역사 에세이도 있다. 올겨울, 이 반짝이는 것들을 품고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기 바란다. 

 

독서 리더가 꼽은 올해의 책

독서 리더 33인(가나다순):권경원 권용선 김겨울 김다은 김민섭 김민식 김세정 김소영 김용언 김주원 김현 류영재 박원순 박해성 서정화 양승훈 오지혜 유종선 유진목 유희경 이강환 이기용 이슬아 이승문 이승한 정용실 정은영 정재웅 정홍수 조형근 천호선 최현숙 하명희

 

 

시대가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시대.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삶의 논리, 교육의 논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

지난해 토드 로즈 교수의 〈평균의 종말〉을 보며 대량생산 시대에나 필요한 ‘평균’의 틀 속에 우리가 얼마나 철저히 젖어들어 있는지 깨달았다. 심지어 ‘성공’조차 내게 맞는 방식인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무작정 따라 하고 있었다. 토드 로즈 교수는 우리의 시선을 집단에서 개인에게로 돌려주고 있었다. 자신의 특이한 삶이 가져온 새로운 통찰이었다. 그가 올해 다시 책을 냈다. 〈다크호스〉. ‘다크호스’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말이 우승했을 때 그 말을 일컫는 것이다. 이제는 일률적인 출세 비결 대신 사뭇 다른 성공의 법칙을 주목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그들은 주로 기존 틀을 깼고, 충족감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뭔가에 우수하다면 충족감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우수함보다는 충족감이 중요하다. 충족감은 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니 개인이 중요해진다. 개개인성. 로즈 교수는 바로 이 ‘개개인학 연구소’를 맡아 이끌고 있다.

필자는 그 개개인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일구어내는 모습을 읽으며, 30년 가까이 만나온, 하나하나 다 다른 색채와도 같았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이리 긴 시간 방송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지금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개개인성’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소통이야말로 사람들의 이 개개인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인 것이다. 아, 그래서 산업사회, 평균의 시대, 소통의 소중함을 사람들이 간과했구나, 이해가 되었다. 토드 로즈 교수의 주장이 내겐 소통이라는 다른 지점에서 읽혔다. 개개인성과 충족감. 소통이 지켜온 소중한 가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다 다른 이야기는 바로 그들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서로 존중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할 때만큼 만족스럽고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끝으로 토드 로즈 교수는 개개인성을 중요시하고 싶다면, 자신의 가장 ‘진실된 열망과 바람’을 존중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충족감이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어쩜, 소통도 똑같다. 상대의 이야기 안에 ‘진실된 열망과 바람’이 무엇인지 잘 듣는다면 상대는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화에 더 이상 장애물은 없다. 오직 시간 가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 책의 제안들이 우리를 대화의 ‘다크호스’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기자명 정용실 (KBS 아나운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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