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2009년부터 연말 부록으로 ‘행복한 책꽂이’를 펴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독서 리더들의 면면은 바뀌었지만, 이들이 추천한 올해의 책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디어에서, SNS에서 요란스럽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동굴 속 보석처럼 조용히 반짝이던 책들이 세상에 나온 기분이다.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 앉을 시간을 만들어주는 한 권의 시집도 있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기록도 있다. 물론 묵직한 인문학 서적도, 당장 펼쳐보고 싶은 역사 에세이도 있다. 올겨울, 이 반짝이는 것들을 품고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기 바란다. 

 

독서 리더가 꼽은 올해의 책

독서 리더 33인(가나다순):권경원 권용선 김겨울 김다은 김민섭 김민식 김세정 김소영 김용언 김주원 김현 류영재 박원순 박해성 서정화 양승훈 오지혜 유종선 유진목 유희경 이강환 이기용 이슬아 이승문 이승한 정용실 정은영 정재웅 정홍수 조형근 천호선 최현숙 하명희

 

 

“이 책은 문자가 아니라 행동이다. 이론이 아니라 혁명이다. 순응이 아니라 새 역사의 창조이다.” 책 뒤표지에 실려 있는 글이다.

이 책은 청춘들이 통일을 말하게 하고자 하는 책이다. 그러나 청년만을 위한 책은 결코 아니다. 청년들이 통일에 관심 없다는 일각의 시선과 달리 도올은 청년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니 ‘개소리’라고 한다. 오히려 지금의 장년 세대가 변해야 청춘들이 통일을 말하고, 통일을 열어가고, 행복하게 통일의 시대를 살아갈 것이라고 본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가 절절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온 우리 세대가 진정으로 통일을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도올은 이념을 버리라고 한다. 보수와 진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남이든 북이든 금기를 깨고 현실을 바로 보자는 것이다. 서로 인정하라고 한다. 유일체제도 인정하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북의 체제에 찬성하거나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황당해도 그들의 국가 운영 원칙을 그냥 인정하라’고 한다. 오로지 남과 북 우리 모두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품격 있어지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갖도록 나아가자는 것이다. 체제 인정과 자유 왕래, 이것이 이루어지면 통일은 거의 완성된 것이다. 도올이 김일성대학에서 강의하고 김일성대학의 신예 교수가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하면 북한 체제도 변해나갈 것이다.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에게 일갈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리스크 없이는 돌파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평화롭게 재결합하도록 도와줄 나라는 지구상 어느 곳에도 없다. 사랑하는 두 남녀의 결혼을 양가 부모가 반대할 때는 그냥 구청으로 달려가서 결혼 신고하는 거다. 그냥 살아버려라. 남과 북이 도망가서 애를 낳으면 세계가 인정하고 축복할 수밖에 없다!’

지난 휴가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도올의 다른 책들과 함께 읽었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떤 영감을 주었을까? 무슨 변화가 있을까?

이 책은 10·4 남북 정상선언 11주년을 맞이해 노무현재단이 마련한, 유시민과 도올의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두 시간 가까운 이 대담의 영상을 130만명이 시청했고 이를 도올이 직접 ‘첨삭, 변조, 재구성’하여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더 깊어졌다.

도올의 철학적·역사적 통찰은 지성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이다. 청춘에 대한 깊은 사랑이 넘친다. 책의 뒤표지 마지막 글은 이렇다. ‘청춘이여! 비극을 노래하라. 평화를 말하라. 생각을 바꾸자. 통일을 맞이하자. 그대들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라.’

기자명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 전 정의당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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