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기자들에게 물으면 어때요?” 올해의 〈행복한 책꽂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다 출판계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출판평론가와 서평가 혹은 분야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신간을 가장 빠르게 접하는 기자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시사IN〉 기자들은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고 신간을 소개한다. 책 담당 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리스트는 다소 편향적이다. 기준은 오로지 기자 개인.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했다. 

 

예전에는 지구온난화라고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기후변화로 바꿔 부른다. 2019년에 또 한번 용어가 달라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올해 5월, 기후변화라는 말을 폐기하고 기후위기를 쓰기로 했다. ‘변화’와 같은 중립적인 느낌의 단어로는 현 상태를 제대로 묘사할 수 없다고 봤다. 새 용어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곧 익숙한 용어를 대체할 것 같다.

기후의 변동 폭이 커지면 여러 극단적인 기후가 더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온난화는 빙하를 녹인다. 그런데 빙하는 태양빛을 반사하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준다.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는 빙하를 녹임으로써 온난화를 더 가속한다. 그러면 빙하가 더 많이 녹고, 그러면 다시… 악순환이다. 이런 단계에 진입하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기후가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복원력을 어느 순간 잃어버리고 폭주하게 된다. 이 ‘어느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고 부른다.

인류는 지금 이 입구에 서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파란 하늘 빨간 지구〉를 쓴 대기과학자 조천호는 “10년밖에 안 남았다”라고 경고한다. 기후는 굉장한 복잡계라서 티핑 포인트가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한 번 넘기면 두 번째 기회는 없는 파국이다. 그러니 최대한 안전한 기준선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이미 1℃쯤을 써버렸다. 10년 내로 에너지를 쓰는 방식의 대전환을 만들지 못하면 1.5℃ 목표선은 무너진다.

2015년 파리협정은 기후변화를 다룬 국제협정이었다. 2015년의 파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예측했으나, 이듬해의 미국 대선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과학적 소양이 풍부하다고 보기 힘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 그게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을 비롯해 전임자의 기후정책 대부분을 엎어버렸다. 기후위기 대응을 한 나라가 해낼 수는 없지만 한 나라가 망칠 수는 있다.

2019년은 기후위기가 정상회담 테이블을 넘어 아래로부터 의제로 떠오른 원년이다. 스웨덴의 열여섯 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운동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다. 1946년생 트럼프는 기후위기가 본격화될 시절을 살지 않겠지만, 2003년생 툰베리는 그 시기를 살아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감시기구로부터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받는 단골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이고, 감축 계획은 소극적이기로 악명 높다. 이런 시절에 한국어 문장으로 읽는 기후위기 교양서가 나왔으니, 〈파란 하늘 빨간 지구〉는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책이다. 다만 우리에게 ‘시의적절’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남아 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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