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기자들에게 물으면 어때요?” 올해의 〈행복한 책꽂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다 출판계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출판평론가와 서평가 혹은 분야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신간을 가장 빠르게 접하는 기자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시사IN〉 기자들은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고 신간을 소개한다. 책 담당 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리스트는 다소 편향적이다. 기준은 오로지 기자 개인.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민을 느끼기 전 눈부터 돌리고 싶어졌다. 주인공이 감당한 폭력은 도를 넘었다. ‘이런 자전적 소설’이 가능한가? 심지어 작가가 1992년생 프랑스인인데.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똑같은 의문을 품은 프랑스 기자들은 책이 나온 뒤 저자 에두아르 루이의 고향 사람들을 취재하기에 이른다.

폭력 묘사는 적나라하다. 학생들은 상습적으로 주인공 에디의 얼굴에 침을 뱉고 온몸을 때린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고, 부모는 아들을 부끄러워한다. 물론 학교에서 교사들은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에 들고자 수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에디는 불안해한다. 그것은 또래 남자들과 다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감독 교사가 있지만 에디는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따돌림을 당하는 게 아니라고 믿기 위해서이다. 그는 ‘그냥 노는 것’이라고 자기암시를 건다.

에디는 동성애자이다. 그게 들켜서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화자인 에디는 동성애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독자와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가 있는 곳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 공장 노동자 가정인 이 마을 사람들은 남성적 가치를 숭배한다. 여기서 벗어난 남성을 응징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여긴다. 좁은 마을이기에 누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빠르게 퍼진다. 한번 뿌리박힌 편견은 흔들리지 않는다. ‘벨괼 씨네 아들 에디는 엉덩이를 흔들면서 걷고 축구를 싫어한다’ 같은 소문은 입방아 찧기 좋은 소재다. 교양 없는 사람들이라서 차별한다는 것이다.

지역과 계급이 문제라면 답은 탈출이다.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에디는 자기 안에 있는 시골 하층민의 생활양식을 없애려 한다. 가령 팔을 휘저으며 큰 소리로 말하는 자신의 습관을 두고 에디는 “나는 항상 부르주아 자제의 낮고 침착한 음성이 부러웠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아니라, 남성 노동자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체계가 자신을 배제한다고 에디는 믿는다. 화자는 가까이서 본 이 시스템의 성원들, 특히 식구들의 삶을 몹시 냉소적으로 전한다. 이 시스템이 그의 탈출을 방해한다.

그러나 책 전반에서 화자가 설득하던 바는 끝에 가서 배신당한다. 상급 학교의 ‘부르주아 자제’들도 에디를 동성애자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는 동성애였다. 에디는 동성애자란 시골 사람이든 대도시 시민이든, 공장 노동자든 부유층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마음 놓고 차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갑자기 깨닫는다.

이 책을 ‘평범한’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축구를 좋아하고, 가족이나 사회와 갈등을 빚은 적은 있지만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던 이들에게. 더 괜찮은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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