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詩想)은 어디에 있을까. 시인 임재정은 전기공이다. 돌돌 만 전기선을 한쪽 어깨에 메고 나머지 한 손에 작업 도구를 든 채 빛 없는 건물을 향한다. 그가 다녀간 장소마다 불이 켜진다. 세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등단한 지 9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스패너, 전기포트, 드라이버. 사용한 시어들이다. 시상은 어디에나 있다. 천장의 배선을 살피다가, 운전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불쑥 만났다. 일과가 끝난 뒤 책상에 앉아 단어를 고르고 가다듬는다. 그의 하루를 좇은 사진가는 ‘작업장의 소음이 운율이 된다’라고 기록했다. 시인은 하나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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