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인쇄소에 쌓인 종이들.
ⓒ이상엽야근하는 인쇄소 기장의 모습.
ⓒ이상엽서울 충무로 인쇄 골목의 밤.

윤전기가 멈추는 날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계 값 수억원을 갚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쇄 노동자들은 귀마개를 착용하고 일한다. 종일 들리는 굉음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잘 들리지 않으므로 그들은 말이 없다. 묵묵히 손발을 맞춰가며 종이를 넣고 색과 열을 맞춘다. 이따금 인쇄소에 갈 때면, 그들의 보람을 생각하게 된다. 인쇄물의 무용함을 주장하는 시대에 에어컨을 틀어놓아도 소용없는 열기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해도 걸러지지 않는 종이 먼지를 마시며 그들은 이 과정의 어디로부터 즐거움과 기쁨을 얻는 것일까. 밤이 깊어 교대할 때, 그리하여 귀마개를 빼낼 때 그들이 듣게 될 소리가 온건해 웃음이 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아니,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다. 

기자명 이상엽 (사진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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