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호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한없이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점점 나는 나를 익명으로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통로이고 전달자이고, 이 거대한 세상에서 작은, 결코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많은 여자들 중 하나로서 나를 느낀다. 참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는 매 순간 나를 발견한다. 내 안의 여우, 토끼, 말, 뱀과 만난다. 아니, 너 거기 있었구나. 맞아, 그렇지. 나는 말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어. 놀랍고, 반갑고, 때로 되살아난 고통 때문에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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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사진 강영호·글 김세희(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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