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한없이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점점 나는 나를 익명으로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통로이고 전달자이고, 이 거대한 세상에서 작은, 결코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많은 여자들 중 하나로서 나를 느낀다. 참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는 매 순간 나를 발견한다. 내 안의 여우, 토끼, 말, 뱀과 만난다. 아니, 너 거기 있었구나. 맞아, 그렇지. 나는 말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어. 놀랍고, 반갑고, 때로 되살아난 고통 때문에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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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노동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노동의 가벼움
사진 신선영·글 김은화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 저자)
비품들은 당당하다. 휴지도, 박스도, 밀대도 창고에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다. 그것들에 기대어 한숨 돌리는 손은, 몸은 조심스럽다. 엉거주춤하게 앉아 발 한번 마음 편히 뻗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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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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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성희·글 김현(시인)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는 일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일할 수밖에 없어서 비극에 처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다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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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필름 카메라 작업” [취재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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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규 편집국장
‘말도 안 돼.’ 반발. ‘아니 왜?’ 현실 부정. ‘어쩔 수….’ 수긍. ‘2019 올해의 사진’ 취재에 대한 이명익 사진기자의 3단 반응.왜 반발?아니,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