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치에서 손떼라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640
  • 승인 2019.12.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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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퇴청’보다 ‘틀릴 수 있다’는 말을 곱씹었다. 정경심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송인권 부장판사의 말이다. “검사님은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습니까! 재판부 지시 좀 따라주세요! 자꾸 그러면 퇴청 요청할 겁니다!” 송 판사는 알고 있다. 다른 법관, 변호사, 심지어 검사들도 알고 있다. 검찰이 무오류 신화에 빠져 있다는 것을. ‘특수통’ 검사들이 더 그렇다. 수사 개시부터 피의자에 대한 유죄를 염두에 둔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법원 탓이다. 불구속 기소라도 한다. 1심에서 무죄가 나면 재판부가 증거를 잘못 판단한 탓이다. 항소한다. 2심에서도 무죄가 나면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한 탓이다. 상고한다.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면 정황상 유죄라고 우긴다.

재심 사건에서도 무오류 신화는 깨지지 않는다. 이 신화를 깨는 내부자는 퇴출 대상이다. 임은정 검사가 재심 사건에서 무죄 구형을 했다가 징계받은 이유다. 무오류 신화는 검찰권 남용을 낳는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70년간 그랬다. 검사 출신 임수빈 변호사의 지적이다(〈검사는 문관이다〉).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썼다는 취임사다. 조국 수사를 대입해보면 취임사 속 문구일 뿐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구속과 기소 사유가 나올 때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인디언 기우제 수사다. 검찰은 무오류 신화에서 스스로 걸어 나올 생각이 없다. 검찰이 독점한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조국·유재수·황운하 수사에 이어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도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은 경찰이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수사를 시작했고 지금도 수사 중이다. 피해자 윤 아무개씨는 ‘지금 경찰을 백 프로 믿는다’고 했다. 수원지검이 끼어들었다.

최근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두고 검사들이 국회의원을 만나고 다닌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법안 관련 설명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소 거래로 비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 작업과 관련한 검찰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국회의원 개별 접촉을 금지시켰다’고 법조 출입기자들이 보도한 게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사법농단 톺아보기’에서 다룬 내부자 거래가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은 검찰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주인공이자 사법농단을 고발한 이탄희 변호사는 말한다. “검찰과 법원의 개혁 저항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다. 양쪽을 동시에 개혁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중요한 국면이다. 검찰은 정치에서 손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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