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망고를 볼 때마다 ‘망고’가 생각난다. 망고는 우리 집 옆 건물에 터를 잡고 사는 길고양이다. 노란 줄무늬가 있는 치즈 고양이인데, 동네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많다. 매일 아침 사료를 챙겨주는 건물 주인, 계절에 맞춰 집을 지어주는 젊은 부부, 매일 밤 아픈 곳은 없는지 약을 챙겨주는 아래층 할머니, 그리고 만날 때마다 간식을 주는 나까지 최소 4명이다. 각자 망고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하루에 한 번은 망고를 봐야 마음이 놓이는 건 다르지 않다. 망고를 찾다 주차장에서 마주치면 서로 멋쩍게 웃곤 한다.

배곯을 일이 없는 망고는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는다. 다른 떠돌이 고양이가 와서 자기 밥을 먹어도 싸우지 않으니 조용하다. 중성화 수술을 해서 짝을 찾느라 울 일이 없어 역시 조용하다. 동네 사람들이 각자 하루 1분씩 망고 앞에 발길을 멈추고 챙겨준 덕분에 망고는 어엿한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물론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도 있지만,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코지하지 않는다. 옆 건물 아저씨는 항상 전봇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망고를 바라보다 말없이 자리를 떠난다.

망고를 보고 있으면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살았던 ‘자두’가 생각난다. 7월13일 평소 좋아하던 화분에서 아침잠을 자던 자두가 인근 주민에게 살해당했다. 자두를 돌봐주던 가게 사장과 마포구 캣맘들이 뭉쳤다. 범인은 이틀 만에 붙잡혔고 지난 11월21일, 1심에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고 이틀 뒤 가게를 다시 찾았다. 자두 사건을 취재한 지 약 4개월 만이었다. 동물학대 행위를 경고하는 현수막은 아직 가게 밖 가로수에 걸려 있었다. 자두와 한배에서 나온 친언니 ‘살구’는 겨울털이 나 그새 몸집이 불어 있었다. 자두가 살해되는 모습을 구석에서 지켜본 ‘하늘’이는 여전히 가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장은 “엄벌이 전부는 아니지만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게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경각심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실형이 나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주말이 지나자 피고인은 항소했다. 그날 저녁 망고에게 줄 간식을 더 샀다. 평소처럼 옆 건물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며 망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무심한 눈빛이 차라리 고마웠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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