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지난봄부터 빈집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알음알음으로 물어가며 다녔지만, 나중에는 지도만 펼쳐도 “아, 여기 빈집이 많겠네”라는 감이 생겼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근처에 대학이 없다. 둘째, 과거에 꽤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셋째, 인근 도시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감’이 맞아떨어진 몇몇 동네는 차로 한 바퀴 돌아도 빈집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원인이 명확했다. 젊은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했다. 인근에 위치한 포식자(혁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아파트 단지)가 인구를 빨아들였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옛 동독 지역까지 취재를 갔지만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다. 독일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예나, 라이프치히, 에르푸르트처럼 지역별 거점도시 외에는 도시재생이 더뎠다. 나고 자란 동네에서 짝을 만나 결혼하고 세대를 이어가는 삶은 독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독일 지방도시도 경쟁적으로 한 가지 목표에 매달린다. “젊은 친구들, 여기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해.” 독일뿐 아니라 ‘빈집 프로젝트팀’이 찾아간 미국이나 일본도 비슷했다.

빈집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혼자 맞서 싸울 수 있는 한국의 지방정부가 얼마나 될까. 전국 단위로도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지방정부의 역량만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역에서 늘고 있는 빈집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지방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매력을 높이고 진입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 최선이다. 예를 들면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지방 거점대학을 정상화하고, 공공의료 시설을 늘리는 것이다. 동시에 지방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는’ 청년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전입·전출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광역자치단체 단위 인구이동은 주로 20~34세 1인 가구에서 나타난다. 지방의 젊은 세대 1인 가구는 한번 떠나면 다시 붙잡기 어렵다. 이들을 지방정부가 붙들면 지역에 활력이 생긴다. 지방정부가 외지인을 전입시키는 건 어렵지만 남은 젊은이들을 지원해 전출을 막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지방정부에게 이들 세대는 부동산을 구입해 자산 가치를 유지해줄 ‘호구’가 아니다. 어떻게든 붙잡아야 할 귀인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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