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부머(Okay, Boomer)!”
11월5일 뉴질랜드 의회, 스물다섯 살 클로에 스와브릭 의원이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연설 도중 꺼낸 이 한마디가 세계적인 유행어로 등극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응 그래, 꼰대 양반”에 가깝다. ‘부머’는 ‘베이비붐 세대’를 의미한다.
한국은 1990년대생, 88만원 세대, X세대, 586처럼 세분화된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이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전선은 ‘밀레니얼 대 부머’로 정립되고 있다. 20세기 고도경제성장 시기에 젊은 날을 보낸 부머들은 1980~1990년대에 태어나 ‘풍요로운 세계에서 고생 모르는’ 젊은이들을 마뜩잖게 여긴다. 그런데 1988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는 이 책에서 ‘풍요로움’이 사실은 위장된 거짓이라고 설명한다. 어릴 때에는 과도한 학업 압박에 시달리고, 대학 교육을 받으면 채무자가 된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는커녕, 무급 인턴을 거친 후에도 생산성 극대화라는 이름으로 각종 업무 하중에 시달린다. 스포츠나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빚을 떠안은 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개인 브랜딩은 철저히 해야 한다. 기껏해야 20~40년밖에 되지 않는 생애주기 동안 이들이 겪는 경쟁적인 환경의 총량은 이미 이전 세대를 뛰어넘는다.
불안은 결국 육체마저 좀먹는다. 프로작과 리탈린으로 대표되는 항우울제·흥분제 약물 시장은 오히려 호황이다. 밀레니얼의 삶 궤적에서 압박-채무-불안-중독이라는 악순환을 발견한 저자는 미국 역사상 가장 고스펙인 세대가 가장 불안에 떠는 역설적인 시대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남의 이야기라기에는 우리 주변의 모습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90년대생’에 대한 책보다, 더 본질적이고 폭넓게 세대 문제를 조망할 수 있다. ‘요즘 것들의 불만’은 탈산업화 시대의 보편적인 위기 신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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