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개신교인이다.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군복을 벗기 전에 그는 교회 간증에서 “적극적으로 초코파이 전도를 하고 있습니다. 법당에서 하나 주면 우리는 두 개 주고…. 국민의 75%, 3700만명이 기독교인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박 전 대장은 올해 6월부터 전국 교회를 돌며 간증 활동을 재개했다.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장을 총선 영입 인사로 검토하면서 그는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11월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 할 수 없듯이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은 갑질이 아닙니다”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습니까” 따위 황당 발언을 쏟아냈다. 영입을 밀어붙이려던 황교안 대표도 사실상 후퇴 기류다.

박찬주라는 분의 몸에 밴 위계적 마인드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좀 다른 게 궁금했다. 이분은 크리스천이면서 어떻게 위계적일 수 있을까. 이건 보기보다 훨씬 더 신기한 조합이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신과 나’의 관계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 맺음이고, 절대자인 신 앞에서 누가 더 고귀한지 잘났는지를 따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신 앞에서 궁극적으로 평등하다. 기독교는 서구식 개인주의와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낸 동력이다. 이게 지구 반대편 한반도로 오면 묘하게 뒤집힌다. 모든 사람이 개인으로 신 앞에 마주서는 세계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정점’을 두고 위에서 아래로 위계를 형성하는 세계다. 이 세계에서 신은 개인에게 소명을 부여하는 원천이 아니라, 사람들을 이 사다리의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주는 축복의 원천이다. 이제 ‘신 앞의 평등’은 온데간데없다.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간증이란 게 대부분 이런 식이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나서 고시도 패스하고 검사가 되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되었다. 이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다.”

너무 뻔하고 전형적이라 지어낸 사례처럼 보이는 위의 간증은 실제 주인공이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다. ‘의전왕’으로 불리는 이분 역시 독실한 개신교인이다. 이쯤 되면 한국 개신교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단단히 일어난 모양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