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단행본을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 공저로 펴냈다.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용재씨가 1980년대부터 20여 년에 걸쳐 부산·경남 지역 검사들은 물론이고 서울로 원정까지 다니며 이른바 ‘스폰서’ 노릇을 한 과정에서 겪은 내용을 담았다. 검사 개인의 일탈이 빚은 개인적인 비리가 아니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 비위에서도 확인됐다. 정씨는 자신이 접대한 검사가 무려 2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상습적으로 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 56명의 실명을 책에 공개했다.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다양했다.
정씨가 증언한 검사들의 룸살롱 접대 풍경은 민망하다 못해 추악했다. 마담을 ‘장모’라 불렀고, 룸살롱 여종업원의 몸에 마요네즈와 고추장을 바르는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추행을 했다. 검사들의 향락을 위해 ‘검찰권’도 발동됐다. 검사들이 회식을 앞두고 세관에 전화를 걸어 스폰서가 항공으로 실어오는 고급 양주나 고량주 박스를 빼주었다. 성 접대만이 아니었다. 스폰서 정씨가 증언하는 1980~90년대 ‘시세’에 따르면, 한 달에 두 번씩 검찰 지청장은 100만원, 평검사 30만원, 사무과장 30만원, 계장에게는 10만원씩 돈을 주었다. 전별금으로 50만~100만원씩 현금을 건네거나 세 돈짜리 순금으로 만든 마고자 단추 두 개 한 세트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거절한 검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책이 나오기 직전, 실명이 실리는 일부 검사들이 저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준비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는 검찰개혁의 밀알이 되자며 실명을 그대로 실었다.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이 책에 대해 무대응하라고 검사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대신 대검은 검찰 내에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렸다. 당시 진상규명위원회는 검사 10명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권고했다. 이후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가 활동에 들어갔다.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한 민경식 특검팀은 뇌물수수와 성 접대를 받은 검사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는 모두 내사 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나마 기소된 검사들도 “금품 향응 수수가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셀프 개혁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은 그때 이미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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