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4일 오전 0시18분,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정 교수는 곧바로 수감됐다. 검찰이 8월27일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형사1부에서 특수2부로 재배당하고 강제수사를 개시한 지 58일 만이다. 검찰 수사는 정 교수 구속을 넘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정 교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모두 11가지다. 검찰은 이 중 적어도 4가지 이상 혐의에 조 전 장관이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 교수와 변호인단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장기간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졌기에 공정한 재판과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영장이 기각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수사의 한 과정으로 유무죄 판결은 아니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 기한인 최장 20일 이내에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 기소 전 단계이지만,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보면 재판 과정에서 예상되는 주요 쟁점을 가늠할 수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정 교수의 혐의는 크게 자녀 입시, 사모펀드, 증거인멸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해 자녀 입시에 활용한 혐의(위조사문서 행사)로 이미 9월6일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사문서 위조 공소시효(7년) 만료를 이유로 소환조사 없이 한밤중 기소를 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라 ‘낙마용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로 받은 인턴 증명서를 자녀 입시에 활용한 혐의(허위작성공문서 행사)도 있다고 본다. 위조 표창장과 허위 인턴 증명서가 자녀 입시용으로 제출돼 업무방해와 위계공무집행 방해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이 주장하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는 이렇다. 정 교수가 2013년 정책연구용역 특별교부금 지원사업에 선정돼 경북도 교육청으로부터 1200만원을 국비 지원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정 교수가 주도한 ‘영어 영재교육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 사업에 참여한 연구보조원 두 명 중 한 명이 정 교수의 딸이었다는 점과 조사연구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 160만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최고 쟁점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가장 부딪칠 대목은 정 교수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대주주로 있는 2차전지업체 WFM 주식과 관련한 의혹이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해 1월, 조카 조범동씨를 통해 미공개 주식 정보를 입수했고, 이후 WFM 주식 12만 주(약 6억원어치)를 당시 시세보다 약 2억4000만원 싸게 차명으로 매수한 뒤 이를 실물 증권 형태로 동생 집에 보관했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소환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조 전 장관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두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10월23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부각한 내용 중 하나는 증거위조교사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다. 증거인멸이 법원의 구속 여부 판단의 중요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PB가 정 교수의 요청으로 동양대 및 서울 방배동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증거은닉교사). 또 ‘블라인드 펀드’라 투자 내역을 미리 알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사모펀드 운용 내역 보고서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급조된 것으로 검찰은 보았다(증거위조교사).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 수사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구속적부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 구속이 과연 합당한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다.
10월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과잉 수사 논란에 대해 “수사 결과가 없는 게 아니라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걸 틀어막은 결과다.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라고 말했다. 10월24일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수사 역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판단하리라 보인다.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검찰의 과잉 수사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 명이 투입된 수사팀 규모만 보면 ‘권력형 게이트’급 비리 사건이지만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 대부분은 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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