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가는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사진 작업을 한다. 인물을 촬영하는 사진가는 촬영 대상과 거리를 철저히 유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상과 상황에 개입해 작업할 수도 있다. 피사체와 ‘거리(distance)’에 대한 상이한 해석을 하는 두 가지 작업 방식은 판이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어떤 방식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사진에서 친밀감은 피사체와 거리를 두기보다 피사체에 개입하는 경우 더 잘 드러난다. 사전적으로 친밀감(intimacy)은 매우 농밀한 관계에서 드러나는 관계성을 의미한다. 사진에서 친밀감이라 하면 아마도 가족이나 친구의 사진이 떠오를 것이다. 아내와 자신의 내밀한 관계를 촬영한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은 남들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이미지이지만, 친밀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세바스찬 살가도의 사진도 인물을 밀착해서 촬영해 또 다른 의미의 친밀감을 잘 드러낸 사례다. 이 두 사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진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순간을 사적 공간에서 발견해낸 점이다. 두 사진 모두 관심과 애정에서 출발한 감정이입과 대상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 즉 ‘나’의 삶일 수도 있고, 내전, 종교 및 문화적 갈등, 폭력 혹은 천재지변 가운데서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의 삶일 수도 있다.
사진에서 친밀감을 포착하려면 과정이나 행동보다는 사소하지만 섬세한 순간을 담아야 한다. 그들의 평범한 몸짓과 표정, 눈빛에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상에 대한 선입견을 모두 내려놓고,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드러내야 한다. 친밀감은 정서적 거리의 산물이기도 하다. “당신이 찍은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탓이다”라는 로버트 카파의 명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한다. 사진에서 친밀감은 공감을 위한 열쇠가 되고, 이것을 통해 사진은 보는 이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친밀감에 바탕을 둔 작가의 통찰력
지난 9월10일 세상을 떠난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는 “내 사진은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리얼리즘만으로는 부족하며, 사진에는 반드시 주제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둘이 결합할 때 진정으로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대상과 친밀한 관계는 대상을 이해하고 그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사진가 김석진은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들의 삶을 오랜 기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우리는 그의 사진에 담긴 고등학생을 통해 획일화된 교육체제의 문제점과 학생들의 고뇌를 볼 수 있다. 작가가 대상과 교감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제대로 읽어냈기 때문이다. 친밀감에 바탕을 둔 작가의 통찰력이 담긴 사진 한 장 한 장은 한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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