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효과가 있다.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인물이 처음 등장하거나 결정적인 장면에 나타나는 영웅을 묘사할 때 보이는 의문의 빛. 보통 웅장한 음악이나 슬로모션과 함께하는 이 커다랗고 찬란한 빛을 우린 흔히 후광이라 부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빛은 종종 현실에도 등장한다.

올해 초 JYP엔터테인먼트가 트와이스 이후 3년4개월 만에 선보인 5인조 신인 걸그룹 ‘있지(ITZY)’의 데뷔 무대를 본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이가 그 빛을 목격했으리라 믿는다. 있지는 다섯 멤버의 각기 다른 개성으로 2019년 신인 대표주자로 자주 언급되는 그룹이다. 멤버(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 모두가 매력적이지만, 그 가운데 막내 유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기세가 유독 범상치 않았다. 빛의 세기도 세기지만 무엇보다 형태가 남달랐다. 후두부 근처에서 독서 무드 등 같은 은은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후광이라면, 유나의 그것은 마치 거대한 태양의 정기를 담은 듯 뜨겁고 강한 에너지를 사방으로 쏘아대고 있었다.

유나의 에너지는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데뷔 무대가 인생 무대’라는 평을 들었던 데뷔곡 ‘달라 달라’ 첫 무대에서 그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저력을 보였다. 팀 내 비주얼을 담당한다는 외형적 요소는 차라리 부수적이다. 노래가 지속되는 3분여 동안 그는 노랫말과 리듬에 따라 즉각 표정과 제스처를 바꾸며 단 1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170㎝에 가까운 장신(심지어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고 한다)을 이용한 압도적인 몸동작은 두 번째 싱글 ‘ICY’의 ‘목꺾기 춤’으로 정점을 찍으며 보는 이들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듯한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 모두가 한결같이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미소 한 번, 손동작 하나마다 태양의 에너지를 타고난 사람이 전하는 능숙한 매력이 전해졌다.

유나에게서 느껴지는 이 깔끔하고 시원한 쾌감은, 지금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 자연인 신유나가 가진 것과 정확히 일치하기에 가능해진다. 큰아버지뻘인 연예계 대선배 앞에서도, 만 단위가 넘어가는 숫자의 관객 앞에서도, 유나는 늘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예의 긴 팔다리를 휘젓고 목젖을 드러내며 껄껄 웃는다. 연습이나 학습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자, 스타로서의 자질과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그 기분 좋은 에너지는 고스란히 무대 위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아이스하키와 필드하키가 결합된 플로어볼 선수로 활약한 그의 등 번호는 7번이었다고 한다. 팀의 에이스에게만 주어진다는 영광의 번호를 이야기할 때마다 유나의 얼굴은 여전히 설렐 정도로 반짝인다. 그 생기와 활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오랫동안 아이돌을 봐온 사람들은 잘 안다. 부디 그 태양 같은 미소와 에너지가 빛바래거나 소모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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