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과 진보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수 야당의 신뢰도는 소폭 상승하며 반등했다. 현 원내 주요 정당은 모두 ‘보통 이하’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점 만점에 5점 이상을 받은 정당은 한 곳도 없었다.
2017년 5.58점, 2018년 5점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0.7점 떨어진 4.3점을 얻었다. 2년 연속 신뢰도 점수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다. 2위는 3.67점을 받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신뢰도 점수가 올랐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신뢰도가 소폭(0.39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에 비해 신뢰도가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여당과의 격차가 크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2.46점까지 떨어졌던 신뢰도 점수를 3.02점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처음 신뢰도 조사 대상에 올랐던 바른미래당은 0.12점이 올라 자유한국당과 같은 3.02점을 받았다. 최근 당 내홍으로 어수선한 민주평화당은 2.45점으로 조사 대상 정당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응답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정당을 신뢰하는 층위가 서로 반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0대와 40대에서 신뢰도가 높았다. 각각 41.9%(30대), 46.7%(40대)가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한다(6~10점)고 답했다. 30대 응답자 평점은 4.97점, 40대 응답자 평점은 4.98점이었다. 이 밖에 지역 기준으로는 호남 지역(50.2%)에서,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47.5%)가, 교육수준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40.2%)이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난해 신뢰도 조사에서 ‘바닥’을 찍은 자유한국당은 여당과 전혀 다른 층위에서 신뢰도를 회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60세 이상 응답자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5.2%(불신 59.2%)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5.4%로 늘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3%로 감소했다. 지역 기준으로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난해 13.2%에 불과했던 ‘신뢰 응답층’이 25.7%로 늘어났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보수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이들 가운데 28.3%가 자유한국당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보수 응답자 가운데 13.6%만이 자유한국당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보수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그리 늘어나지 않았지만(2018년 22.4%, 2019년 24.9%) 보수층 내에서 자유한국당에 신뢰를 보내는 이들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정의당 신뢰도도 소폭 하락
꾸준히 신뢰도를 늘렸던 정의당은 올해 ‘핵심 신뢰 응답층’이 이탈하면서 평균 신뢰도 점수가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40·50대에서 정의당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각각 35.3%·34.4%였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각각 30.5%·28%로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이들의 변화다. 지난해에는 진보 성향 응답자 가운데 47.3%가 정의당을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40.6%로 떨어졌다. 지난해 조사에서 정의당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동력을 올해까지 끌고 오지는 못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각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치를 보여주었다. 대선이 끝난 이듬해에는 항상 집권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에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 대한 신뢰도 점수가 5.2점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58점을 기록했다.
급하게 치솟은 신뢰도는 정권 내내 하향하는 추세를 보인다. 새누리당은 정권 말인 2016년 3.42점까지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맞물려 2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조사 대상인 5개 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지만, 떨어지는 추세가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에 실망감을 드러낸 층위를 따져봐야 한다. 먼저 2017년에 신뢰도를 회복했던 집단에서 다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역으로는 부산·울산·경남(2018년 4.88점, 2019년 3.83점), 직종별로는 블루칼라(2018년 5.07점, 2019년 4.42점)와 자영업자(2018년 4.5점, 2019년 3.94점) 블록에서 신뢰도 평점이 하락했다. 보수 성향을 지닌 이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보수 성향 응답자의 33.5%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을 보였지만, 올해는 18.4%만 신뢰한다고 답했다. 폭넓게 신뢰도를 키워왔던 여당의 정치적 기반이 다시 좁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고 ‘집토끼’의 신뢰도가 단단한 것도 아니다. 핵심 지지층으로 여겼던 이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가장 흔들린 집단은 20대(19~29세)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20대 응답자 가운데 37.7%가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층은 29.3%로 신뢰하는 응답층에 비해 적었다. 올해는 상황이 역전됐다. 20대 응답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한다는 이들은 24.5%에 불과한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들은 41.9%로 대폭 늘었다.
20대 응답자가 그만큼 보수화되었기 때문일까? 조사 결과를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 20대 응답자 가운데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이들은 21.1%였다. 진보 성향은 33.8%, 중도 성향은 43%였다. 반면 올해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 24.9%, 진보 성향 30%, 중도 성향 42.5%로 나타났다. 20대 유권자의 성향이 소폭 우향우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20대에서는 진보 성향을 가진 응답자가 더 많았다.
오히려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크다고 보는 편이 옳다. 이번 조사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특혜 논란 직후에 실시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들 20대 응답자는 자신의 정치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를 별개로 두어 판단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보수 야당 선호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대가 자유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2018년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20대 응답자의 평균 신뢰도 점수는 2.57점이었지만, 올해는 2.51점으로 더 떨어졌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전체 평균 신뢰도 점수가 상승한 것과는 반대 결과다. 여당은 청년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1 야당도 미래 세대보다는 과거 세대의 결집에 기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20대의 보수화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 스스로가 20대의 요구를 어떻게 놓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신뢰도 조사는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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