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덥지만 지난해 여름은 폭염으로 특히 더 힘들었다. 학교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나오는 교실은 살 만하지만 교실 밖을 나가는 순간 덥고 습한 공기가 엄습했다. 너무 더운 나머지 반바지를 시도하는 ‘용기’를 내는 교사도 있었다. 어느 학교의 한 교사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교감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집에 가서 긴바지로 갈아입고 오기도 했다. 학생들의 하복 반바지 착용이 예정된 학교였는데도 말이다.
필자도 매년 여름만 되면, 운동복(반바지)을 입을 수 있는 체육 교사가 부럽다. 여름에 시원하다는 리넨 소재의 긴바지를 입어도 교실에 다녀오면 땀이 비 오듯 한다. 그런데 체육 교사라고 다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교감은 반바지를 입은 체육 교사를 불러 갈아입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단다.
교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교실에 가면 ‘교육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도 고려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더위 속에서는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오늘날 많은 학교에서 반바지 교복을 도입했고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교사에게 반바지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제14조 1항)에 따르면, 학교, 도서관, 교정시설, 교육시설, 콜센터, 민원실 등 일정 공간에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단, 사무공간은 제외)은 자체위원회 결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각 학교에서도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두고 협의를 거쳐 온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데 냉난방기 조절만으로 충분할까? 한국은 지난해 유연탄 수입량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석탄 수요가 높다. 이 석탄은 대체로 화력발전소에서 사용되어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에너지도 절약해야 하는데 긴바지를 입고 땀을 흘렸으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교사 본인이 더워서 힘들어하는데 아이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을 끄자고 할 수 있을까?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복장 개선이 더딘 이유는 무엇보다 지침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제8조 2항)에는 ‘공무원은 근무 중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매년 여름이 되면 ‘하절기 복장 간소화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이 ‘공무원 복장 관련 지침’ 첨부파일과 함께 각 공공기관에 내려온다. 이 지침은 노타이 정장, 니트, 남방셔츠 등을 권장한다.
10년 된 ‘공무원 복장 관련 지침’ 개정해야
문제는 여기 덧붙은 ‘협조사항’에 있다. “지나치게 개성적인 복장 착용으로 품위가 손상되거나 근무기강이 해이해진 인상을 주지 않도록 유의한다며 특히 민원 담당 공무원 등의 경우 단정하지 못한 복장으로 민원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례가 없게 하라.” 그리고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을 예시로 드는데 여기에는 슬리퍼,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이 제시되어 있다.
복장 지침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으로 반바지와 슬리퍼를 제시해놓고는, 시장들이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착용하자고 캠페인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최소 2009년부터 동일했던 이 ‘공무원 복장 관련 지침’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은 채 10년 이상 쓰이고 있다.
10년 사이 한국은 더욱 더워졌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공무원 복장 관련 지침을 개정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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