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2016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런 뉴스에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조용한 편이다. 아마도 홍콩이 그간 우리가 장수 비결이라 믿어왔던 좋은 공기, 신선한 채소나 물, 달고 짜거나 기름기 적은 음식과는 아예 거리가 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홍콩의 배후에는 중국 최대 공업도시 선전이 있다. 낮은 산이 가로막혀 있지만, 선전의 대기오염은 홍콩의 대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홍콩 사람들은 모두 엄청나게 단 디저트에 열광하고, 식물성 기름만 섭취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돼지기름인 라드에서 에그타르트 같은 간식거리까지 광범위하게 섭취한다.
복지정책과 건강보험이 장수의 핵심
장수 비결이란 대부분 특정 시기의 결과를 놓고 끼워 맞춘 흔적이 강하다.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은 사후 약방문이거나 조작 혐의도 짙다. 전자가 오키나와라면, 후자의 대표는 파키스탄 훈자 지역이다. 훈자는 요즘도 일부 언론에 평균수명이 120세이고, 90세에 아이를 가지는 지역으로 소개된다.
훈자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도 통제 불능이라 선언했던 파키스탄 서북변경구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서쪽에 무법지대의 대명사 서북변경구, 북쪽은 중국 국경, 동쪽에는 그 시끄러운 카슈미르가 있다. 이 일대에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가 제대로 실시된 건 파키스탄 건국 후의 일이다. 이 지역의 노인들은 출생신고 기록이 없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어떤 신비가 존재할 것이라 믿는 방문객과 그런 욕구를 이용하려는 지역사회가 장수에 대한 과장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훈자와 거의 똑같은 식습관과 자연환경을 가진 인도의 라다크 지역에서는 이곳이 장수 지역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장수 지역이라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먹고살 만한 나라들이다. 거의 모든 장수 국가 통계에 등장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뛰어난 자연환경과 자연식 같은 게 아니다. 우리 상식과 달리 질 높은 복지정책, 그리고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 유제품 광고에 등장하며 대표적인 장수 국가로 알려졌던 불가리아의 평균수명도 실은 중하위권에 불과하다.
홍콩의 경우 2000년부터 시작된 노인 생활수당과 무료 진료권을 장수 비결로 꼽는다. 홍콩은 노인에게 매월 일정한 생활수당을 지급하고,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무상의료를 제공한다. 한국과 싱가포르도 의외의 장수 국가로 세계 3~5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 두 나라 역시 강력한 건강보험을 운용한다. 적어도 통계적 의미에서의 장수는,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자연환경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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