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권은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이고, 단체교섭권은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이다. 단체행동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당연해 보이지만 과거 역사에서는 다 불법이었다. ‘노동 3권’이 기본권으로서 사회적으로 승인되기까지 그동안 노동자들이 싸워온 역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노동 3권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권리일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업이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두려워할까? 교섭하자고 하면 무서워할까?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직 회장님이 두려워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이다. 파업을 하면 공장이 멈추니까. 사용자들은 파업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파업권이 가장 핵심적이고 실질적인 노동자의 권리라 할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서 노동기본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 알려면 파업권이 그 나라 노동자들에게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는가를 보면 된다.
법원, “철도 파업 때 군 인력 투입은 법률적 근거 없다”
우리나라에서 파업권은 얼마나 보장되어왔을까. 정부는 파업이 ‘재난’이라고 주장하면서 공공부문 파업 때마다 군 대체인력을 투입해왔다. 2012년 국방부가 발간한 재난 대응 백서에 따르면 정부는 철도·지하철·발전·화물 등 파업에 군 인력을 투입해온 것은 물론 통신과 전기·우편운송·의료인력·상수도·항만 등 광범위한 공공부문에서 파업 대비 군 인력을 양성해왔다. 파업이 재난(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이라는 것은 헌법상 노동 3권을 부정하는 초헌법적 발상이고,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한 파업을 국가 기반체계 마비로 볼 수도 없다. 지난 3월26일 법원은 국방부가 2016년 철도 파업 당시 군 인력을 투입한 데 대해 정당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노동 사건은 검찰 공안부가 담당해왔다. 강력부가 마약이나 조폭 조직을 파악하듯이, 공안부는 일상적으로 노동조합의 동향을 파악하고, 파급력이 큰 대규모 파업 때마다 엄중 처벌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파업 업무방해죄에 관한 판례 법리가 바뀌면서 점차 공권력의 개입 여지가 줄어들었고, 지난 1월 검찰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공안부를 공공수사부로, 공안 1과, 공안 2과, 공안 3과를 공안수사지원과, 선거수사지원과, 노동수사지원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파업을 재난이라고 주장해온 정부는 이제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파업을 무력화하는 군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할까? 간판만 바뀌었을 뿐 구성이나 수사 대상 등 알맹이는 그대로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 공안부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국가의 중립의무를, 국가가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공권력과 군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안 되는 까닭을, 노동기본권으로서 파업권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파업권 보장을 권고해온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달라진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업들이 앞다투어 파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대항 무기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노동조합을 불온시하고, 공권력으로 파업권을 억압해온 한 세대의 역사가 끝나가고 있다는 모종의 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즉 그동안은 국가가 앞장서서 파업을 억제해주었는데, 한국 정부가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고 국제사회의 기준을 따르게 되면 파업권이 훨씬 더 보장되리라는 예감 말이다. 지난 1월2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발표한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안은 그런 속내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시대적 예감은 실현되는 것이 맞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막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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