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판매 부수 1위 신문인 〈엘파이스〉는 전 세계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이다. 프랑코 독재가 끝난 직후인 1976년 독자들의 모금을 통해 창간됐다. ‘독립언론’ 〈엘파이스〉는 독재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스페인 언론계에서 후발주자로 등장했지만 중도 개혁 성향 정론지로 두각을 드러냈다. 창간 초기 확립한 원칙인 ‘경영이 언론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다’라는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엘파이스〉가 스페인어권 대표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바로 2011년 ‘위키리크스 사건’이다. 당시 줄리안 어산지는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 프랑스 〈르몽드〉와 함께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국제 협업의 주인공으로 스페인 〈엘파이스〉에 손을 내밀었다. 창간 40주년을 맞은 2016년에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로 편집국을 개편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 세계 독자를 대상으로 5개 국어(스페인어, 카탈루냐어, 멕시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로 기사를 제공한다. 홈페이지 접속자 절반 이상이 중남미 거주민일 만큼 국경을 초월한 보도로 각광받고 있다(〈시사IN〉 제530호 ‘중남미 꽉 잡은 언론, 어산지도 인정했다’ 기사 참조).

ⓒEL PAIS 갈무리2014년 〈엘파이스〉가 김혁철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엘파이스〉는 빠른 온라인 속보와 깊이 있는 탐사보도를 병행한다. 탐사보도팀을 이끄는 호세 마리아 이루호 팀장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2017년에는 브라질·에콰도르·파나마 등 중남미 12개국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건설기업 ‘오데브레트(Odebrecht)’ 관련 보도로 화제를 모았다.

호세 마리아 이루호 기자는 2017년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SJC 2017) 참석차 서울을 찾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암흑 시절 걸음마 수준이었던 스페인 민주주의를 뛰게 했다”라며 탐사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탐사보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한국과 스페인 양국 언론 간의 교류가 앞으로 활발해지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 김동인 기자는 2017년 10월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시사IN〉 창간 10주년 특별 기획 때 〈엘파이스〉를 현지 취재한 바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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