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6개 팀, 152명이 투입되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수사뿐 아니라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병행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서울 9호선 신논현역 인근 골목에서 발생한 단순 폭행 사건은 어느새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었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 붙을 법한 ‘게이트’라는 표현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다.
2018년 11월24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발단이었다. 버닝썬 장 아무개 이사가 클럽을 방문한 김상교씨를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는 폭행당한 김씨를 가해자로 지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씨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인근 폐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김씨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씨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19일 “피해자인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한 직권 남용이며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라고 발표했다.
직접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검찰
2월24일, 버닝썬의 최대 주주인 전원산업(지분율 42%) 최 아무개 대표가 2018년 4월부터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원산업은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다. 경찰발전위원회에 최 대표가 이름을 올리면서 의혹은 확대되었다.
버닝썬 사건이 꾸준히 여론의 관심을 모은 것은 이 클럽 운영에 톱스타가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럽 버닝썬 사내이사로 활동한 가수 승리(빅뱅 전 멤버, YG엔터테인먼트와 3월13일에 계약 해지)는 버닝썬 사건의 상징적 존재이자 모든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다. 승리와 버닝썬의 동행은 1년으로 끝났다. 승리는 그동안 방송에서 클럽 버닝썬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를 뽐냈고, 버닝썬은 현역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며 마케팅에 성공했다. 후폭풍은 그만큼 컸다. 2월부터 여론의 촉각은 버닝썬 수사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결국 버닝썬은 2월17일 영업을 종료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승리는 자숙한 후 군대에 가는 것(당초 3월25일 입대 예정이었으나 국방부가 3개월 입영 연기를 허가함)으로 상황이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단톡방 대화’가 공개되면서 버닝썬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승리 단톡방’이 보도되면서 승리,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 가수 정준영, 전 FT아일랜드 소속 최종훈 등의 의혹도 잇달아 불거졌다. 특히 정준영씨는 2015년 말부터 10개월간 이어진 대화 내용에서 성관계 장면을 몰래 영상으로 촬영해 단톡방에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에 정씨로부터 피해를 본 여성은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에 있던 또 다른 멤버인 일반인 김 아무개씨도 성관계 영상을 찍어 유포했다. 해당 대화 내용을 SBS가 보도하면서 경찰 수사도 이어졌다. 정씨는 3월21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번 사건이 확대되면서 가장 논란이 된 축은 수사 주체인 경찰이다. 승리 단톡방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린 인물이 윤규근 총경으로 지목되면서 윤 총경과 승리 일행의 유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2015년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근무한 윤 총경은 2016년부터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 승리와 인연을 맺고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총경은 2016년 7월 유리홀딩스가 운영하는 ‘몽키뮤지엄’이라는 주점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건에 대해 수사 정보를 제공해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강남경찰서 재직 당시 함께 일한 후배 경찰관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받아 유 대표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윤규근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되어 근무했는데 이 기간에도 유 대표 부부와 만나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3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이 사건을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로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스스로 수사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권익위가 승리 단톡방 자료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고 대검찰청에 넘긴 것도 경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권익위는 대화록에 등장하는 유착 당사자인 경찰에 자료를 넘기면 증거가 사라질까 우려한다고 했다.
3월21일 현재 검찰은 버닝썬 사건 관련 수사를 지휘할 뿐,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경찰 수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경찰의 입지가 흔들린다. 그때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검찰이 수사를 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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