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신화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와는 달리 신비주의를 내세우지 않은, 친근함으로 인기를 모은 아이돌이다. ‘보통 사람’처럼 구는 아이돌. 그게 역설적으로 신화를 특별하게 했다. 여섯 멤버 중 한 명인 김동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는 한술 더 떴다. 그의 탈아이돌적인,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가 있다.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가 1998년에 열린 첫 팬 미팅 때 던진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현장은 요즘 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에 휩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몰입을 유도하기도 하는 아이돌 산업이, 절제력이 부족한 이들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 감각. 김동완은 신인 시절에도 이것을 잘 알고 있었고 굳이 말로 해냈다. 이해가 부족한 외부자의 말이 아닌 아이돌 당사자의 말이라 더욱 무게가 느껴졌다.

김동완의 여러 일화는 이런 역설적 특이함으로 가득하다. 연예인 경력이 20년도 넘지만 생활인으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 동시에 유명인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는 직업인으로서의 연예인, 연예인으로서의 김동완을 직시하기에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해왔다.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이 별 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도 그는 꾸준히 이런저런 사안에 자기 의견을 밝혔다.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공개 지지가 드물었던 2010년에 호모포비아 광고를 낸 기독교 단체를 비판한 일도 있었고(그는 종교방송에도 출연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2015년에는 국가가 할 일은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말만 한 것은 아니다. 미혼모, 저소득층, 위안부 피해 생존자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부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을 위한 프로젝트 ‘와락’에 주진우 기자와의 인연으로 기부한 사실도 전파를 탔다. 기부 사실을 굳이 감추지 않은 이유는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길 바라서,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줬으면 해서라고 한다. 최근에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밤샘 촬영’과 당사자의 선택권이 부족한 아이돌의 성 상품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목소리를 내는 영역이 연예인을 직업으로 삼은 그의 삶의 영역과 점차 포개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팬들에게, 그는 아이돌이지만 언제나 동료 시민이기도 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아이돌, 사회정의를 생각하는 시민으로서의 아이돌이 익숙하지 않다. 20년 넘게 활동한 김동완이 아직도 특이해 보이는 것은 사회가 아이돌에게 허락한 비좁은 사회적 운신의 폭이 20여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뜻과도 같다.

팬들에게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던 그는 2015년 열린 신화의 17주년 콘서트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하지만 (신화는) 여러분을 무너지지 않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어떤 것은 그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하거든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며 살아온 보통 사람 김동완의 말이기에 더욱 무게가 느껴졌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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