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관광장관이 한국 언론인을 뉴델리로 초청했다는 보도를 읽었다. 슈리 알폰스 인도 관광장관은 2012년 겨울 뉴델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사건 이후 인도의 여성 안전 문제에 대해 해외 언론이 의문을 제기하자, “인도는 안전하고 위생적이다”라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여행작가로서 인도 여행의 온갖 난맥상을 겪어본 내가 보기엔 알폰스 장관이 뭘 단단히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는 흔히 ‘배낭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이 말을 쓰고 보니 참 모호하다는 느낌인데, 사실 이런 거다. 인도 여행 중에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끊임없이 확인·재확인해야 한다. 수도 없이 몰려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거짓말쟁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질적인 위협은 적은 편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기껏해야 경범죄 정도가 저질러질 뿐이다. 현지에 머물 때는 인도에서만 당할 수 있는 기막힌 경험에 매일 몸서리를 치지만,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나라랄까.


ⓒ환타 제공인도 여행에서 만나는 현지 가이드의 수준은 대체로 낮다.

인도에서는 한국에서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매일 일어난다. 5분 이내에 반드시 탄로가 나는 인도식 거짓말은 패턴만 이해하면 대부분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실제로 겪어보면 생각보다 별것 아니어서 마치 스스로 여행 고수가 된 양 우쭐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인도를 계속 찾게 만드는 포인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늘 모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배낭여행자에게나 해당된다. 몸과 마음으로 편안하게 인도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이 일상이라면 곤란하다. 현장에서 보는 인도 관광의 난맥상을 모두 열거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인도는 모든 외국인 단체여행 팀에게 인도인 가이드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가이드들은 “인디라 간디가 마하트마 간디의 손녀다”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다. 해외 가이드들이 자국 역사나 정치를 미화하는 건 많이 봤어도, 이처럼 아주 기초적인 팩트조차 틀리는 건 인도에서나 볼 수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소설에도 나온다. 타지마할 몇 번 가본 게 전부인 주인공이 어깨너머 주워들은 지식으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지어내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아무렇게나 지껄인다. 내가 만나본 한국어 구사 인도인 가이드는 늘 이런 수준이었다. 인도인 가이드가 유포하는 가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전문가 없이, 이곳으로 단체여행을 와도 될까 싶을 정도였다. 인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외신이 아니라 자국민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자국 문제를 해외 언론 탓으로 돌리는 장관

시간당 40㎞도 이동하기 힘든 교통 상황이나 열악한 화장실이야 개발도상국 특유의 사정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최근 인도 여행에서도 나는 밀즈(Meals)라 부르는 자국 음식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가이드를 봐야 했다.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가거나, 아예 역주행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결국 그 가이드는 여행 일정 마지막 날 아프다며 도망가버렸다. 그날 오전에 마지막 날이니 모든 인건비를 계산해달라는 그를 의심하지 않은 건 전적으로 내 실수다. 아무리 그래도 그리 줄행랑을 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도 겪을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대해 70%는 어이없지만 재미있어 하고, 30%는 진저리를 칠 것이다. 그렇게 인도 여행은 유지되어왔으니까. 자국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문제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정치인 출신 장관의 한심함도 인도에서만 있는 일일까.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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