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계는 에세이의 압승이었다. ‘~했어, ~이야, ~괜찮아’로 끝나는 장문형 제목을 마주하며 나는 홀로 오글거렸지만 어떤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은 마음. 일로 읽어야 하는 책을 제외하고, 온전히 나의 책 취향을 존중하고 싶었다. 정말 당기는 책, 기꺼이 읽고 싶은 책만 보기로 마음먹은 한 해였다.

2018년 3월, 기다렸던 책이 나왔다. 작가 은유의 〈출판하는 마음〉. 어떤 책을 써도 따라 읽겠다고 다짐한 작가 중 한 명. 더욱이 인터뷰집이니 안 읽을 재간이 없었다. 가족 여행을 떠나는 아침, 배낭에 책을 넣었다. 짬이 날 때마다 한두 장 읽다가, 밑줄을 긋지 않고서는 책장을 넘길 수 없어 단번에 읽기를 포기했다. 2박3일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날, 서문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몸과 마음이 들썩였다. 작가가 몸으로 쓰고 마음을 담은 책이었기 때문이리라.

〈출판하는 마음〉은 편집자, 마케터, 제작자 등 국내 출판계 종사자 10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흥미로운 건 20년 이상 출판 일을 한 나이 지긋한 출판인이 아닌, 비교적 젊은 출판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이다. 작가는 서문에 “출판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은 사람들,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고 사회를 고민하는 이들, 같이 일하는 동료의 입장을 헤아리고 싶은 대인배들, 나쁜 마음으로 일하고 싶지 않은 선한 영혼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19쪽)라고 썼다. 작가의 이 마음이 사무치게 좋았다.

〈출판하는 마음〉
은유 지음
제철소 펴냄


‘책을 좋아해서, 출판에 관심이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이니까’로 〈출판하는 마음〉을 추천하기엔 못내 아쉽다. 이 책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내게 ‘마음’이라는 단어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문학 편집자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번역자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번역하는지, 출판 마케터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홍보하는지. 각각의 책을 대하는 마음, 노동하는 마음, 곁을 살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한 출판계의 현실을 깊이 알 수 있었다.

봄에는 〈출판하는 마음〉, 여름에는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을 읽었고, 지금은 제현주의 〈일하는 마음〉을 읽는 중이다. 내가 만든 2018년 ‘마음 3부작’. 은유 작가의 “상대방과 마음의 속도, 의욕의 강도를 맞추지 않는 일방적인 열심의 태도가 외려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13쪽)를 마음에 품고, 김금희 소설가의 “한번 써본 마음은 남죠. 안 써본 마음이 어렵습니다. 힘들겠지만 거기에 맞는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291쪽)로 위안을 받고,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의 “결국 유일한 준비는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254쪽)로 일하는 나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내년에는 어떤 ‘마음’ 책이 나의 마음을 활짝 열어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기자명 엄지혜 (예스24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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