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와 대화를 나누다 답답해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게 분명하지만, 앞선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여전히 고령자를 공경하는 문화의 쇠퇴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정책의 층위, 사회 공동체의 맥락, 상호 존중하는 문화의 영역은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늘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시선을 바꿔 다른 접근법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령자를 진찰할 기회가 많은 안과 전문의다. 자연스레 고령자가 겪는 증상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았는데,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넌다거나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소리를 치며 주장하는 등 주위를 난처하게 만드는 고령자의 행동에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원인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령자를 이해한다면 고령자와 다음 세대가 서로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뿐더러 고령자 역시 스스로를 구할 방법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행동의 원인이 무엇일까? “고지식하고 완고해서” “청년과 사회를 오해하고 있어서”라는 기존 대답은 잠시 미뤄두자. 이 책이 밝히는 진짜 원인은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다. 노화가 진행되면 눈꺼풀이 처지고 허리가 굽어서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고, 넘어지기 쉬우니 발밑만 보며 걷게 되는데, 여기에 보행신호의 길이가 노인의 걸음으로 건널 수 있을 만큼 길지 않다면, 빨간불로 바뀌어도 고령자는 천천히 건널 수밖에 없다. 또한 불리한 말만 못 들은 척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난청을 겪는 경우가 다수다. 자기 말이 잘 안 들리니까 목소리는 커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왜 자꾸 화를 내느냐는 핀잔을 받는 처지에 놓인다.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히라마쓰 루이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 펴냄


이 책은 이렇듯 고령자들이 받는 오해 열여섯 가지를 차례로 짚어가며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원인을 설명하고, 마찬가지로 의사로서 이를 보완하거나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 더불어 아직 노화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를 알려주고, 주위 사람이 취해야 할 바른 행동을 전하고, 고령자 스스로 이런 상황을 늦추기 위해 해야 할 예방책과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태에 들어갔을 때 해야 할 행동 수칙을 차례로 정리한다. 흔들리기 쉬운 감정이나 자주 잊는 마음이 아니라 노화라는 분명한 원인을 지목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상황을 실제 사례로 보여주며 서로가 제대로 대응하고 응대할 방법을 전한다. 비로소 고령사회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니까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제 실천만 남았다. 

기자명 박태근 (알라딘 M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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