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손이 갔던 책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교육·환경·교통·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 퍼져 있다. 이것이 현 상황의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인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불평등’은 내 생각의 한구석을 점령한 단어이다.
저자는 한 장에 걸쳐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도시 재생과 더불어 서울 곳곳의 구도심에 활기가 돌고 카페나 상점, 공연장이 들어오면서 원래 거주하던 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좀 더 큰 범위로 확장되면 소득·직업·교육 수준에 따라 도시 안에 분리 현상이 일어난다. 끼리끼리 모여서 살게 된다는 뜻이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지역적 분리 현상이 지속되면 용을 마주칠 일도 없어진다. 부유층은 특정 지역에 모여 거주하고 생활반경 안에 직장은 물론 생활 편의시설과 좋은 교육기관이 갖춰져 있다. 지역 밖을 나올 일이 없어진다. 한편 빈곤층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교육이나 문화생활을 비롯한 인프라가 열악하다.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서 소외되어 사회적 이동성이 극히 제한된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 위기의 핵심 요소로 경제 분리, 임금 불평등, 소득 불평등,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 등을 지적했다.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으로는 몇 년을 모아도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다. 젊은 층이 주거지를 확보하는 능력은 부모의 재력에 좌우된다. 주거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계속 교외로 밀려나거나, 어떻게든 도심 안에서 통근은 가능하지만 주거비를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해 지옥고라 불리는 지하·옥상·고시원에서 거주한다. 중산층은 사라지고 도시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은 점점 뒤처진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도 옛날 같지 않다. 과거처럼 삶이 윤택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지 않다.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자녀들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이 점점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도시가 지나치게 비싸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불평등은 단순히 평등이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플로리다는 불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은 성장률도 낮다는 것, 뒤집어 이야기하면 낮은 불평등 수준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걸 다양한 통계를 들어 주장한다. 저자가 지적한 도시의 위기를 관통하는 단어가 바로 ‘불평등’이다.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장도 혁신도 없다. 일자리도 경제적 기회도 줄어든다. 도시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최후의 수단이자 단위다. 그럼 답이 무엇이냐고? 그 부분은 독자를 위해 남겨두겠다. 리처드 플로리다의 제안을 우리 사회에 맞게 재해석하고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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