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무채색 옷을 즐겨 입는다. 때로 경찰처럼 입는다. 경찰을 기다리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대신 경찰의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표정에 익숙하다. 말이 적다. “씨발” “씨발” “씨발”을 자주 입에 담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은 그들의 업무가 아니다. 철거와 관련된 일은 전혀 하지 않지만, 그들은 철거 용역이라 불린다. 그래서 폐자재를 분해하고 수거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명함을 건넬 때마다 난감해진다. 그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당신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고용되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폭행하면 합법이라고 믿고 있다. 고용주들은 오로지 그 믿음만을 믿고 그들을 고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믿음을 배반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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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사진 이명익·나경희 기자
빈소는 2교대로 돌아갔다. 주간 근무가 끝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야간 근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컨베이어벨트에 삽이 휘말려 들어갈 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다가, 용균씨가 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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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고 평평한 세계로
환하고 평평한 세계로
사진 이명익·글 박서련(소설가)
가끔 코아리빙텔 317호를 생각한다. 2평 남짓, 기본 옵션 침대, 책상, 옷장. 317호의 문은 복도 끝의 비상구 문과 직각으로 만났다. 비상구 문 밖에는 딱 한 사람이 설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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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악수
늦은 악수
사진 신웅재·글 은유(작가)
11년 전엔 괴담이었다. 국내 일류 기업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람이 죽고 병을 얻었다는 외침은 ‘말’이 되지 못했다. 듣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말’의 형태를 얻었다. 삼성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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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0여 일을 견딘 당신의 출근
4600여 일을 견딘 당신의 출근
사진 신선영·글 김금희(소설가)
이 당연한 일상을 맞기 위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생각하다가 당신은 문득 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복직을 위해 견딘 13년, 4600여 일의 시간이,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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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표정
삼성의 표정
사진 신선영·글 이종태 기자
2월5일 뇌물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로 서울구치소를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결코 밝지 않은 그의 표정은 시민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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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노동자, 땅에서 정의 외치다
하늘 나는 노동자, 땅에서 정의 외치다
사진 신선영·글 박민정(소설가)
촛불을 든 어나니머스(anonymous)…. 작자 불명의, 개성 없는, 이름을 모르는,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당당하면 가면을 벗으라’는 말은 얼마나 나이브하고 폭력적인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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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사진 주용성·글 김숨(소설가)
사라진 시계, 사라진 창, 사라진 문… 사라진 거울 앞에 두 손과 발을 모으고 앉으면 되살아나는 공포, 수치심, 굶주린 얼굴들, 썩은 콩깻묵 냄새, 설사, 벌거벗은 등짝을 후려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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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갖고 튀어라
구두를 갖고 튀어라
조남진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중국 이전을 이유로 폐업한 구두 제작업체 ‘미소페(비경통상)’ 1공장 옥상에 구두 모양을 잡는 ‘골’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미소페가 중국으로 공장을 기습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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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감옥’에서 석방되던 날
‘하늘 감옥’에서 석방되던 날
이명익 기자
소방관이 몸을 한껏 뒤로 젖혀 하늘을 보았다. 1월11일 ‘하늘 감옥 수감자’,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박준호씨가 426일 만에 내려왔다. 2014년 5월 당시 차광호 스타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