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익

가끔 코아리빙텔 317호를 생각한다. 2평 남짓, 기본 옵션 침대, 책상, 옷장. 317호의 문은 복도 끝의 비상구 문과 직각으로 만났다. 비상구 문 밖에는 딱 한 사람이 설 수 있는 간이 베란다가 있었다. 거기에 선 채로 위치에너지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했다. 발판 하나를 경계로 공중에 서 있자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동시에 가장 약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 방을 떠나 여러 해가 지나서도 여전히, ‘위치’와 ‘에너지’의 관계는 물리학보다는 마법이나 주술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회적인 위치를 대신해 물리적인 위치를 변경할 수밖에 없는 일, 목소리 낼 곳을 찾던 이가 끝내 좁고 높은 곳을 디뎌야만 하는 일은. 환하고 평평한 세계에서, 생존이 아닌 생활이 약속되기를. 모두의 안녕을 바란다.  

 

기자명 사진 이명익·글 박서련(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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