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차림을 정제하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어제 헤어진 양 ‘그날’을 말하는 까닭이다.
자신의 생 안에 북쪽 가족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해도, 유춘희씨는 딸의 딸에게라도, 신중현씨는 아들의 아들에게라도 가닿을 수 있길 바라며 지난 삶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는다.
끝인사는 비슷하다. ‘그때가 마지막인 줄 모르고 짜증내서, 제대로 얼굴도 안 보고 나와서, 안아주지 못해서, 사랑한다 말 못해서 미안해.’
70년 가까이 피붙이를 보지 못한 이산가족은 남한에만 13만3000여 명.
이 가운데 2018년 11월까지 숨진 이가 5만6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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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하는 강’에서 김구의 꿈 영글까
‘도망하는 강’에서 김구의 꿈 영글까
사진 박형근·글 문정우 기자
1895년 동학접주였던 김구 선생이 갑오농민전쟁에 참전했다 패한 뒤 남만주로 피신하면서 만난 함경도는 결코 오지가 아니었다. 황해도나 평안도보다 오히려 교육열이 더 높았다.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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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가로막는 철조망
몸도 마음도 가로막는 철조망
사진 김전기·글 전성원(〈황해문화〉 편집장)
모래알 하나에서 세상을 보고, 들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우주를 본다. 너무나 낯익어 그 자리에 있는 줄도 몰랐던 한 오라기 철사 가닥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고, 세계 냉전체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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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기의 지독한 역설
한반도기의 지독한 역설
사진 조남진·글 천관율 기자
깃발 속 한반도는 한 덩어리의 푸른색이다. 현실은 깃발과 다르다. 휴전선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20세기식 냉전의 경계선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쟁으로 치닫던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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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비행
날개 없는 비행
사진 신선영·글 김원영(변호사)
한때 무용한 경쟁을 비웃으며 ‘병림픽’이라는 말을 빗대던 이들이 있었다. 장애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말이 “이겨도 져도 결국 장애인”일 뿐이라는, 패럴림픽에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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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BTS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방탄소년단의 기록 행진이 계속된 한 해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국 가요사에서 대형 팬덤의 지지를 받은 아이돌 그룹이야 많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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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IN] 여든의 노인이 되었을 북녘의 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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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 기자
“험한 세상에 살아 있다면 동생들아, 나는 여기서 잘살고 있으니 내 걱정 말고 이걸 보면 어머니 아버지 산소에 가서 꼭 이야기해다오.”김옥순씨(88)가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팀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