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하나에서 세상을 보고, 들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우주를 본다. 너무나 낯익어 그 자리에 있는 줄도 몰랐던 한 오라기 철사 가닥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고, 세계 냉전체제의 진영을 가르는 뾰족한 창끝이다. 서로를 국가가 아니라고 했으므로 이것은 국경이 아닌 군사분계선(MDL), 이것은 전쟁이 아닌 비무장지대(DMZ)의 중무장한 평화다. 어느새 내 머릿속, 내 가슴에도 가로놓인 철조망은 몸도, 마음도 ‘여기까지!’라며 한계(Limit Line)를 긋는다. 장벽(障壁) 아닌 철책(鐵柵)이기에 몸은 넘을 수 없어도 시선의 월경은 막을 수 없다. 그 눈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평화의 길이여, 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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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한 걸음
되돌릴 수 없는 한 걸음
사진 한국공동사진취재단·글 남문희 기자
4월27일 오전 9시29분. 북쪽 판문각 문이 열렸다. 참모진과 경호원을 대동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을 열고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는 판문점 군사분계선까지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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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봄날
남북의 봄날
시사IN 편집국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것이다(제1조).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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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 실화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 실화다
시사IN 편집국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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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만의 열망
8000만의 열망
시사IN 편집국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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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하는 강’에서 김구의 꿈 영글까
‘도망하는 강’에서 김구의 꿈 영글까
사진 박형근·글 문정우 기자
1895년 동학접주였던 김구 선생이 갑오농민전쟁에 참전했다 패한 뒤 남만주로 피신하면서 만난 함경도는 결코 오지가 아니었다. 황해도나 평안도보다 오히려 교육열이 더 높았다.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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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착하지 못한 편지
아직, 도착하지 못한 편지
사진 신선영·글 김은지 기자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차림을 정제하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어제 헤어진 양 ‘그날’을 말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