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하나에서 세상을 보고, 들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우주를 본다. 너무나 낯익어 그 자리에 있는 줄도 몰랐던 한 오라기 철사 가닥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고, 세계 냉전체제의 진영을 가르는 뾰족한 창끝이다. 서로를 국가가 아니라고 했으므로 이것은 국경이 아닌 군사분계선(MDL), 이것은 전쟁이 아닌 비무장지대(DMZ)의 중무장한 평화다. 어느새 내 머릿속, 내 가슴에도 가로놓인 철조망은 몸도, 마음도 ‘여기까지!’라며 한계(Limit Line)를 긋는다. 장벽(障壁) 아닌 철책(鐵柵)이기에 몸은 넘을 수 없어도 시선의 월경은 막을 수 없다. 그 눈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평화의 길이여, 열려라.

 

ⓒ김전기강원도 속초·강릉·옥계(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의 철책선 풍경.
ⓒ김전기강원도 속초·강릉·옥계(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의 철책선 풍경.
ⓒ김전기강원도 속초·강릉·옥계(위 사진부터 )의 철책선 풍경.

 

 

 

 

 

기자명 사진 김전기·글 전성원(〈황해문화〉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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