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계에 ‘무소유(無所有)’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지구적 추세다. 개별 가구들이 각자 자동차를 소유하는(또는 소유하려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머지않아 도래할 ‘새로운 교통’ 시스템에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등으로 호출하면 즉각 ‘자율주행 전기차’가 달려와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승객 처지에서는 차량을 직접 소유(자가용)하는 대신 움직일 때마다 ‘목적지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이동 서비스)’를 구입하는 셈이다.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상당수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르면 2020년대 초반부터 그런 교통시스템이 열린다는 전망 아래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미국 GM의 슬로건인 ‘서비스로서의 교통(TaaS: Transportation as a Service)’은, 개인들이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행태가 전체 교통 흐름의 축이던 시대가 끝났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결국 대다수 승객은 자가용이 아니라 ‘이동 서비스’ 기업이 보내는 차로 움직이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내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교통의 축이 ‘자동차 소유’에서 ‘이동 서비스 구입’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포드의 기업 비전인 ‘서비스로서의 이동(MaaS: Mobility as a Service)’도 같은 이야기다. GM, 포드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글로벌 제조업체와 ‘차량 호출 업체(ride-hailing, 우버와 리프트)’, 구글 등 정보통신 업체, 인텔과 엔비디아(NVIDIA) 같은 반도체 업체마저 새로운 교통 환경의 TaaS 시대에 어떻게 큰 수익을 낼지 골몰하고 있다.

ⓒAP Photo2017년 6월15일 메리 배라 GM CEO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GM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들이 각자 차량을 소유하는 행태가 시작된 곳은 20세기 초의 미국이다. 당시 포드가 자동차의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한편 노동자들에게 고임금을 지급하면서(그래야 차를 살 수 있다), 일반 가구들이 차량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후 100여 년 동안 세계적으로 확산된 ‘자가용 중심의 교통시스템’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시장경제 사회를 요동치게 하는 것은 새로운 제품이다. 신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고 편익이 클 때 이전엔 듣도 보도 못한 수익원과 시장이 창출되면서 낡은 제품과 관련 시장은 소멸되어 나간다.

기존 ‘제품’인 ‘개인의 자동차 소유’에 대해 따져보자. 자동차 한 대를 구입하려면 최저 1000만원에서 수억원대까지 목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실제로 그 차량을 소비(탑승)하는 순간은 지극히 짧다. 자동차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이나 회사의 주차장에서 보낸다. 신기술 부문 연구소인 미국의 싱크탱크 리싱크엑스(ReThinkX)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2020~2030년의 교통을 다시 생각한다〉)에 따르면, 미국의 자가 소유 차량의 사용률은 4%에 불과하다. 소유자가 실제로 탑승하는 시간이 하루(24시간) 평균 1시간(24시간의 4%) 정도라는 것이다. 자동차는 되팔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자산이다. 다만 일단 구입하고 난 뒤에 가격(중고차 시장)이 가파르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리 우수한 자산은 아니다. 어딘가로 운전해갈 땐 주차할 장소에 대한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 보험료도 만만치 않다. 지금 사용되는 차량 중 대다수의 동력은 내연기관이다.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장치인 만큼 매우 복잡한 구조라서 고장이 잦다. 주기적으로 정비를 받아야 하고, 가끔 꽤 큰 규모의 수리비가 들어간다. 윤활유나 엔진오일, 세차 등에 필요한 지출도 만만치 않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명은 20만~30만㎞에 그친다.

개인의 차량 소유에서 비롯되는 이런 불편함과 각종 비용이 TaaS 시스템에서 현격히 개선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우선 운전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주차 공간 확보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등 편익이 커진다. 무엇보다 저렴하다. 자동차 소유에 따른 구입비, 유지비, 보험료, 수리비, 주차비 등을 더는 지출할 필요가 없다. 리싱크엑스에 따르면, 오는 2021년 미국에서 TaaS 시스템으로 ‘1마일(약 1.61㎞)을 이동하는 비용’은 16센트이지만 운전자 소유 내연기관 차량은 56센트로 추정된다. TaaS 시스템이 활성화될 2030년엔 각각 10센트, 78센트, 즉 TaaS 이동 비용이 자가용보다 7분의 2에서 8분의 1 정도로 싸다. 가구당 절감할 수 있는 교통비용 역시 연간 56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었다.

TaaS 시스템이 바꾸는 세상의 풍경

ⓒ시사IN 윤무영2014년 7월31일 서울에서 우버 앱을 켜는 모습.
이즈음 서울시와 우버는 서비스를 두고 크게 충돌했다.

TaaS 시스템이 정착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차량의 수 자체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자동차가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싱크엑스는 TaaS 자동차의 사용률을 40%로 추산한다. 개인 소유 차량(4%)의 10배다. 자가용을 실제로 이용하는 시간이 하루 1시간이라면, TaaS 차량의 그것은 10시간에 달한다.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이지만, 자동차를 소유해야 이용할 수 있다면 10명이 각각 하루 1시간의 이동을 위해 필요한 차량은 10대다. 그러나 TaaS 시스템에서는 1대만으로 가능하다. 10명이 1대의 차량을 1시간씩 교대로 이용하면 된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필요한 차량의 대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교통 정체나 대기오염 문제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교통 정체 및 대기오염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TaaS 차량은 대부분 인간 운전자가 없는 전기 동력차, 즉 ‘자율주행 전기차’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TaaS 관련 보도를 할 때 ‘차량 공유(car sharing) 서비스’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표현이다. TaaS는 모든 시민이 자동차를 ‘함께 소유(공유)’한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TaaS 시스템에서는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가 대다수의 차량을 소유(혹은 통제)한다. 그 차량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서비스 영업). ‘차량 소유’ 자체가 극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개인이 감당해온 ‘차량 소유에 따르는 비용’ 역시 기업 쪽으로 넘어간다.

TaaS 역시 시장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TaaS 업체)’는 이윤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 방법은, 각 차량의 승객 탑승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려 수수료를 많이 받는 한편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전기차를 채택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24시간 내내 충분한 대수의 차량이 도로 위에 있어야 한다. 주차해놓을 시간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승객이 원하는 시각에 맞춰 실시간으로 차량을 보낼 수 있다. 한 고객을 목적지까지 실어준 다음엔 곧바로 다음 고객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간 운전자는 쉴 새 없는 업무 순환에 업체 측이 요구하는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기 힘들다. 자율주행 기술이라는 대안이 있는데 사람에 대한 고용을 유지할 정도로 TaaS 업체들이 박애주의자는 아닐 듯하다.

전기차 역시 업체들의 비용 최소화에 기여할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동력장치가 단순해 고장이 드물며 엔진오일 같은 소모품도 필요 없다. 차량 수명도 80만㎞에 이른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 엔진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보닛(운전석 앞으로 튀어나온 엔진룸 덮개)이 큰 공간을 차지할 필요가 없다. 같은 크기의 자동차라면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의 내부 공간이 훨씬 넓다는 이야기다. TaaS 업체로서는 많은 고객을 태울수록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떤 기업이 시장지배적인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의 지위를 선점할 것이냐의 문제다. 새로운 시장에 먼저 들어가면 엄청난 규모의 독점적 수익이 보장된다. 현재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선 업종은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같은 ‘차량 호출 업체’로 보인다. 이미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수요자(승객)와 공급자(차량)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 인기인 한국의 카카오T(택시)와 비슷한 사례다. 다만 플랫폼을 ‘중개’ 앱 정도로 봐서는 안 된다. 플랫폼은 가입자가 많을수록 더욱 유용해지면서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는 괴물 같은 장치다.

예컨대 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플랫폼은 신용카드다. 만약 가맹점이 100개, 회원이 100명 정도라면 그 신용카드는 거의 쓸 수 없는 플라스틱 조각에 그칠 것이다. 가맹점과 회원이 늘어나야 신용카드의 쓸모가 커진다. 가맹점과 회원의 수가 임계점을 넘기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것 자체로 더 많은 가맹점과 소비자가 그 신용카드 네트워크에 가입한다. 그래서 플랫폼 기반 산업에서는 신규 진입자가 기존 업체를 따라잡기 힘들다. 기존 업체 가운데서도 1위만이 승승장구한다. 승자독식의 세계다. 차량 호출 업체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전기차만 개발한다면 미래의 TaaS 산업을 독식할 수 있다. 다른 업체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이유다.

우버만 자신의 업종을 넘어간 것이 아니다.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 기업들이 TaaS라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고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제휴 중이다. 업종 간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정보통신 업체인 구글은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엔비디아는 제조업체와 제휴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사실 가장 다급한 쪽은 GM, 포드, 현대차 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다. 최근까지 제조업체들의 목표는 ‘연간 1000만 대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었다. 많이 만들어 많이 팔아서 수익을 얻었다. 앞으로 TaaS 시스템이 확산된다면 차량 수요가 격감한다. 리싱크엑스는 2030년까지 제조업체의 수익이 80% 정도 빠질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제조업체의 대안은 대충 두 가지다. 하나는,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의 하청을 받아 자율주행 전기차를 대량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차량 대수가 크게 줄어든 TaaS 시대라면, 다른 글로벌 경쟁 제조업체들이 거의 모두 망하지 않는 한 지금의 매출 규모를 지켜내기 힘들다. 유명 제조업체들이 자신의 브랜드만으로 향유해온 각종 이익이 깡그리 사라진다. 예컨대 우버가 현대차 제품을 TaaS 차량으로 채택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것은 우버지 현대차가 아닐 터이다. 지금의 누리꾼들이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구글’을 기억하지만 그 검색을 가능토록 하는 CPU나 메모리의 제조회사엔 무심한 것과 같다.

다른 대안은 차량 제조업체들이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을 개발해왔으니 플랫폼만 갖추면 된다. GM, 포드, 현대차, BMW,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수십억 달러씩 투자해 플랫폼 자체 개발에 나서거나 세계 각지의 ‘차량 호출 업체’와 제휴해온 이유다. 미국 포드는 자사를 “가장 신뢰받는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로 진화 중인 기업(evolving to become the most trusted mobility company)”으로 소개한다. 20세기 초 ‘대중적인 자동차 소유’ 행태에 불을 붙인 제조업체라는 자부심은 온데간데없다.

글로벌 기업이 보기에 TaaS는 ‘정해진 미래’

ⓒAP Photo2016년 9월 시연에 나선 우버의 자율주행차.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메리 배라 CEO 등 GM 경영진은 TaaS에 사활을 걸고 있다. GM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30% 이상 하락했다. 주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배라 CEO는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배당률 인상 등 파격적 주주 환원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도무지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TaaS 시대에 접어들면 GM의 수익률이 대폭 상승하고 주가도 오를 것이라며 주주들을 달래려 한다. 그동안 GM은 해외 사업장을 축소·폐쇄하면서 절감한 비용을 TaaS에 전격 투자(자율주행 기술 개발, 차량 호출 업체인 리프트의 지분 인수 등)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왔다. 실제로 자율주행 기술 부문에서는 자타 공인 글로벌 1위다. 미국 메인스테이캐피털의 CEO인 데이비드 쿠들러는 〈마켓워치〉(10월27일)와 한 인터뷰에서, “GM이 ‘이동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갖추려는 시도(차량 제조와 이동 서비스 제공을 병행)에 높은 성장 기회가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확신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TaaS의 시대는 언제쯤 본격화할까? 전문가 대부분은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의 자율주행 전기차가 언젠가 도시 교통의 대부분을 점유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르다. 우선 자율주행차 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승인하고 관련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리싱크엑스는 2020년대 초반에 기술적·제도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면서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당국의 자율주행차 승인으로부터 10년 내인 2030년엔 미국 시민들의 통행(passenger miles traveled) 가운데 95%가 주문에 따라 호출되는(on demand) 자율주행 전기차에 의해 수행될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 데이비스의 ‘교통연구소’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만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TaaS가 현실화된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다. 세계경제의 구조는 물론 생활문화까지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게 된다. 자동차 제조 및 연관 산업이 전체 고용의 10%를 훌쩍 넘는 한국이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거대한 추세다. 적어도 GM, 포드, BMW,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여러 업종의 거인들이 TaaS를 이미 ‘정해진 미래’로 보고 진지한 대응 전략을 실천 중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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