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은 SF 장르의 클리셰(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다. 새로울 것 없다는 소리다. 타임슬립물의 주인공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미끄러진다. 주인공은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흑인’ ‘여성’이고, 그가 향한 곳이 아직 노예제가 존재하는 미국 남부라면?
소설 〈킨〉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주인공 다나는 이삿짐 정리를 하던 중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잠시 후 메릴랜드 주의 숲속에서 눈을 뜬다. 호수에 빠진 소년을 발견하고 구조하면서도 다나는 자신이 1976년에서 1815년으로 거슬러왔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 단순 현기증이나 착시인 줄 알았던 일은 반복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도 점점 길어진다. 결국 다나는 살기 위해 ‘노예의 삶’을 익힌다.
단편집 〈블러드 차일드〉도 놓치지 말자. 특히 책 말미에 실린 두 편의 자전적 에세이(‘긍정적인 집착’ ‘푸로르 스크리벤디’)는 저자와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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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성을 복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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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이성은 한동안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계몽주의라는 말은 ‘가르치려 드는 엘리트’를 조롱하는 데 쓰인다. 인간이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음이 여러 연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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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제2의 구술문화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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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소설가)
11월6일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충격적인 두 건의 증오범죄(hate crime)가 벌어졌다. 10월27일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는 백인 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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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책으로 되살아난 대북 첩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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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상 기자
원 〈시사저널〉 시절인 1996년, 기자는 안기부(현 국정원) 특수공작원 신분이던 박채서씨를 만났다. 흑금성 공작의 주인공 박채서씨는 한국 첩보공작 사상 최초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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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따라가는 기록 여행 [프라하의 도쿄바나나]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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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는 그렇게 살아라, 나는 이렇게 산다”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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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참아야 하죠? 박신영 지음, 바틀비 펴냄 “‘도리’라는 것은 약자에게만 강요됩니다.” 한낮의 서울 종로3가에서 낯모르는 할아버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신촌에서는 택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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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운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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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의 미래는? 전진한 지음, 다림 펴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자존감과 공감 능력, 그리고 신뢰성과 도전 정신이다.” 실용서 느낌을 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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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총선 종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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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5월23일이 잠시 화제였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세 명이 이날과 연관이 있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2017년과 2018년 5월23일에는 차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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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이슬아’ 발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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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일간 이슬아’라는 이름으로 구독자를 모집했다. 한 달에 1만원을 받고 월·화·수·목·금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냈다. 직접 만든 광고 포스터에는 ‘아무도 안 청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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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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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비커밍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내 눈앞에 문이 하나 열릴 때마다 나도 남들에게 문을 열어주려고 애썼다.” 미셸의 어머니는 누군가 딸의 성취를 칭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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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소년이 동급생에게 따귀 맞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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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인)
한 마을 도서관에 특강을 다녀왔다. ‘부모와 아이를 위한 글쓰기’가 주제였는데, 여느 때처럼 가정과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간증하는’ 자리가 되었다.초등학생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