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주제에 집주인을 동정했다. 그는 서울 강북의 다 쓰러져가는 빌라에 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으로 된 좋은 아파트에 살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버스로 30분이나 떨어진 경기도 외곽 동네이지만, 집만은 좋았다. 그래서 집주인을 떠올리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60대인 집주인은, 평생을 벌어 경기도 외곽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고 자신은 낡은 집에 살았다. 전세 계약하던 날, 그는 원금만 회수하면 집을 팔 거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초반이었던가, 가장 비쌀 때 집을 샀다고 씁쓸해했다.
전세 만기가 지난여름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 봄부터 연락했지만 주인은 자꾸 기다려달라고만 했다. 그즈음 서울은 물론 우리 동네도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석 달을 끌었다. 이미 전세 기한은 자동 연장된 상태였다. 한데 집주인은 그제야 집을 팔겠다고 했다. 이미 집값은 ‘원금’을 뛰어넘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었지만, 집주인은 매매 계약을 계속 파기했다. 위약금까지 물기도 했다. 살 집을 알아보던 나는 자꾸 뒤통수를 맞았다. 그는 집값이 오르는데 지금 팔 수는 없지 않느냐며 통사정했다. 그동안 내가 알아보던 집은 가격이 오르거나, 매물이 사라졌다. 부동산 폭등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은 셈이다.
지난해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실수요자가 아닌, ‘5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거래가 부동산 폭등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그 역시 문제의 원인이겠지만, 내가 체감하기로 전부는 아니다.
지난봄 이후 집값이 상승한 데에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몫도 만만치 않았다. 가격을 담합하고, 위약금을 물어주면서까지 부동산 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다. 부동산 오픈 채팅방에서 “폭등 가즈아”라며 염원하는 이들 대다수가 1가구 1주택, 또는 2주택자들이다. 그들과 투기 세력을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을까. ‘똘똘한 한 채’는 투기 세력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한나 아렌트 식으로 말하자면 ‘투기의 평범성’이랄까.
결국 집주인은 매매를 거둬들이고, 전세로 돌려놓았다. 그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리라고 믿었다. 이 평범한 욕망을 어쩌지 못하는 한, ‘부동산 스트레스’는 계속 폭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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