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으면 생소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 콘텐츠는 돈이 안 된다”라는 말이 횡행했다. “누가 이런 걸 돈 내고 소비하겠느냐”라는 것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태동기에 특히 그런 경향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90년대 이전의 게임개발사는 극한의 업무 환경 속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하는 업종이었다. 만화도 그랬다. 어린이들 대상으로 코 묻은 돈이나 뜯는다는 비아냥은 물론이고, 온갖 방법으로 불법 복제한 해적판들이 나돌아 사실상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보던 시장이었다. 온라인에 떠돌던 웹소설, 각종 짤방 이미지들, 유머 글, 리뷰 콘텐츠들이 거의 도매금으로 이런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인스타그램·아프리카TV에 콘텐츠를 올리던 개인들도 돈을 번다. “남이 음식 먹는 걸 왜 보느냐”라는 소리를 듣던 ‘먹방’이나 “내가 게임하는 것도 아닌데 남이 게임하고 노는 걸 왜 보냐”라는 힐난을 듣던 ‘겜방’의 위상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대도서관·양띵·윰댕·꽃빈·김이브·밴쯔 등의 1세대 스타 크리에이터를 만들었다. 이제 이사배·레나·씬님·회사원A·홀리·새송·오늘의하늘·써니채널 등이 방송하는 화장법이나 쇼핑 콘텐츠, 초통령 도티·잠뜰 등의 게임 콘텐츠, 창현 등이 만들어내는 길거리 유튜브 노래방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 수에서 파생되는 광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름 있는 유튜버들이라면 한 달에 억대 수익을 올리는 건 기본이다. 이들의 파급력에 주목한 광고주들이 지불하는 건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협찬 비용은 덤이다.
최근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돈 되는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이다. 오프라인 마켓에 수천 수만명을 모으고 완판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띵굴마님을 필두로, 공동구매로 월 수십억원 매출을 거두는 개인들이 수두룩하다. 협찬 포스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들(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시장 규모도 이미 수백억원 단위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들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는 팬들은 이들이 가는 곳, 먹는 것, 입는 옷, 듣는 음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구매한다.
돈 되는 콘텐츠의 조건은 뭘까? 기본적으로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한다. 유익한 콘텐츠여도 좋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보는 열성 팬들, 즉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웹툰·유튜버·카페,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까지, 콘텐츠로 돈을 버는 모델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응집력을 가진 열성 팬 커뮤니티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가 성장할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커머스 공간도 넓어진다.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삼각 공식을 기억하자. 콘텐츠에 열광하는 강력한 팬덤이 구축되면 이들이 수익화의 길을 열어준다.
콘텐츠가 꼭 선형 구조의 완결된 스토리를 갖출 필요는 없다. 게임처럼 다선형 구조일 수도, 인스타그램처럼 다채로운 피드 구성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가진 고유의 캐릭터, 혹은 브랜드다. 어떤 콘텐츠에 다가갔을 때 수용자가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능적 혹은 정서적 편익이 일관된다면, 그 수용자는 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콘텐츠 소비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이 어느 정도 예측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와 캐릭터가 있어야 팬덤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콘텐츠가 가지는 변화 폭도 중요하다. 늘 똑같은 내용만 올라온다면 콘텐츠 소비자의 편익이 체감한다. 게임의 길드나 유저 간 상호작용, 웹툰의 뒷이야기, 유튜버의 다음 동영상,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다음 사진·영상·라이브·스토리가 그런 역할을 한다. 팬덤에 대한 피드백도 중요하다. 메아리 없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팬덤을 지치게 한다.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피드백을 받아 변화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단 캐릭터와 브랜드의 예측 가능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들이 더 많은 팬덤을 모으고 더 많은 수익화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뇌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매력적인 콘텐츠로 팬덤을 만드는 주체들의 수익화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돈 되다가 돈이 안 되기 시작한 콘텐츠, 대표적으로 전통 미디어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재의 전통 미디어에 열성 팬들이 있는가? 열성 팬을 보유한 미디어들의 콘텐츠는 그들을 꾸준히 묶어둘 만큼 매력적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천착하다 보면, 디지털·모바일의 거센 파고 속에서도 길이 생각보다 쉽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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