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은 ‘대구 10월 사건’ 당시 재판 없이 총살된 정재식의 유가족 이외식(92·아내), 정도곤(70·아들)이 청구한 국가손해배상에 대해 상이한 판결을 내렸다. 이외식에게는 국가 책임을 인정했지만, 정도곤에게는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했다. 정도곤씨는 재판에 참여했던 김용덕 전 대법관(지난 1월 퇴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관의 판결 결과를 두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 일은 이례적이다. 변영철 변호사(사진)가 정도곤씨를 대리한다. 이들은 왜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소송을 했을까. 변 변호사에게 물었다.
같은 과거사 사건인데, 다른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정도곤이 낸 소송)이 열렸을 때, 재판부가 따로 나를 불렀다. 자신들도 난처하다고 했다. 판사들마저 황당해하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판결이다. ‘재판 거래’ 외에는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사건을 아는 법률가들은 모두 웃는다.
대법원은 사망자 정재식 이름이 과거사위 결정문이 아닌, 첨부자료에 등장한다는 근거를 댔다.
궤변이다. 백번 양보해 그 논리를 인정한다고 하자. 그럼, 정재식의 아내 이외식에게는 왜 손해배상 권리를 인정하나. 게다가 첨부자료에 거론된 다른 사망자는 손해배상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이 원칙 없이 판결하느라 궁색한 논리를 내세웠다. 피살자 이름이 어디에 거론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국가가 국민을 마음대로 죽인 사건이다. 이 점을 반성하는 게 먼저다.
판결 책임을 두고 대법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흔한 일은 아니다. 김용덕 전 대법관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떻게 같은 사건을 두고 1년5개월 만에 정반대 의견을 낼 수가 있나. 뭐라도 해야만 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구보다 의뢰인 정도곤씨에겐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정도곤씨가 법률 구제를 받을 길은 없나?
김용덕 전 대법관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으니, 그 결과를 봐야 한다. 우선 김 전 대법관이 왜 그랬는지, 그 답변이 참 궁금하다. 자신의 모순된 판결에 대해 뭐라 말할지, 같은 법률가로서 논리를 들어보고 싶다. 법관과 국가의 잘못이 인정되면 늦게나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2심부터 손해배상금이 대폭 깎였다.
배상금을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시기적으로 보면, 2심은 박근혜 정부 초기 때부터 열렸다. 양승태 대법원이 이미 이상하게 움직였고, 그 신호를 2심 재판부가 감지했다고 본다. 유가족의 삶은 무너졌고, 지금도 치유받지 못했다. 국가는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하는데, 돈으로 피해자를 위로하는 일마저 인색하게 나온다. 법원이 정권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이 참으로 부끄럽다. 사법부 역사에서 오랫동안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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