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스님(사진)은 걷는 게 숙명이다. 지리산 둘레길의 마중물이었던 생명평화 탁발순례 때 3만 리를 걸었고, 지난해에는 세월호 ‘4·16 희망순례단’을 꾸려 인천항에서 팽목항까지 800㎞를 걸었다. 이번에는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대장정이다. 이름하여 ‘한반도 평화 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 60세 이상 백발성성한 원로들이 길을 걷는다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 3월부터 이미 걷기를 시작했다.
올해도 또 순례의 길을 나섰다.
이 또한 지리산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실상사에서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병철 전 귀농운동본부장 등과 뜻을 모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는 다짐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자유총연맹도 만나고 진보연대도 만날 계획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20세기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 시작됐다. 2004년 탁발순례 때 깨달았다. 걷고 보니 걸을 길이 없더라. 순례를 중단하고 당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나 지리산 둘레길을 제안했다. 이 길은 민·관이 함께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10주년을 맞아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멀리 돌아가더라도 좀 더 완만한 길을 내는 게 숙제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으로서 온전한 몸짓이다. 사람들은 걸을 때도 도시의 골칫거리를 머릿속에 안고 걷는다. 그건 온전한 몸짓이 아니다. 모든 걸 털어버리고 이 순간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걸어야 한다. 둘레길을 걷다가 길을 잃더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면 늘 마을이 있다. 그게 세상 이치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으로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일을 해왔다.
나는 세상의 모든 갈등에는 다 해법이 있다고 믿는다. 합리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답을 찾으면 된다. ‘함께 살자’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합의가 된다면 함께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기득권을 누려온 이들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예기치 못한 평화 국면이 찾아왔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을 악마화시키기만 했지,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전쟁을 겪어본 당사자가 아니다. 평창올림픽 때도 적대국 행사에 최대의 의미를 부여하는 걸 보고 놀랐다. 하지만 내 관심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적대다. 은빛순례를 통해 작은 성찰이라도 얻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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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잇다, 지리산 둘레길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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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쓴 지리산 서사시
이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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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가 서울의 진산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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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성 기자
산에 미친 화가가 있다. 30여 년 동안 전국 각지를 누비며 이 땅의 산수와 문화유산을 화폭에 담았다. 2008년부터는 서울을 떠나 지리산 천왕봉 아래 터를 잡고 산다. 사람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