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 계절이다. 절대, 무조건 참석하는 게 좋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1~2년에 한 번인 건강검진을 빠뜨려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공개수업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학부모이자 양육자로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손 한번 제대로 못 든다, 발표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자꾸 실수한다, 딴청 부린다, 산만하게 둘레둘레한다, 앉은 자세가 엉망이다, 너무 나대거나 설친다…. 공개수업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걱정하거나 속 터져 하는 모습들이다.

ⓒ 김보경 그림
유아기 때는 양육자의 80~90%가 ‘얘가 혹시 영재 아닐까’ 착각한다는데 아마 학교 공개수업에서는 그 비율만큼 학부모가 자기 아이 행동이나 태도를 맘에 안 들어 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학부모가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서야 알게 됐다.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은 상당 부분 교사 재량과 능력에 좌우된다. 바꿔 말하면,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된다. 아니 그렇다. 그게 학교라는 ‘생애 첫 조직’에 적응하는 모습이고 과정이다. 하지만 남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흠… 대부분 자기 아이 보느라 남의 아이는 잘 안 본다.

공개수업은 아이들의 ‘실력’을 보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 초등학생은 도긴개긴이다. 성격 따라 다르게 처신하고 그나마도 자라면서 바뀐다. 대신 교실 생활의 ‘적응 정도’는 알 수 있다. 아이 행동과 표정에는 양육자만이 알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긴장하거나 흥분하는지, 부끄러워하는지, 짝이나 모둠 친구들과 관계는 어떤지 유심히 볼 일이다.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담임도 살필 일이다. 내 아이에게 영향력이 지대한 어른이지만, 교사도 사람이다. 예민하고 깐깐한지, 덜렁대고 맘 약한지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선생님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적어도 학부모가 ‘방해’는 되지 않는다.

학부모들과 어울려 교사를 품평하거나 정보를 나누는 건 글쎄. 대체로 인상평이나 ‘카더라’에 그친다. 괜한 편견만 조장될 수도 있다. 특히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온 직장인 학부모들은 ‘빅마우스’인 다른 학부모의 청중 노릇을 하지 말길 바란다. 늘 정보가 딸린다는 생각에 공개수업 뒤 커피숍 같은 데까지 얼결에 휩쓸려 가기도 하는데 시간 낭비다. 학부모 교류도 아이들끼리 친분이 있어야 제대로 된다. 아이 취향과 본인의 안목을 믿고 복도에 놓인 아이들 작품이나 감상하는 게 낫다.

아이를 절대, 무조건 칭찬하라

공개수업을 마치면 아이를 반드시, 무조건 칭찬해주기를 권한다. ‘잘 봤다, 애썼다’ 꼭 안아주기를. 아이는 그 순간을 가장 기다릴지 모른다. 칭찬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한 번이라도 손을 들었거나, 손을 들려고 움찔움찔했거나, 덜덜 떨면서도 끝까지 발표를 했거나, 하다못해 선생님 말씀에 밝게 웃었거나…. 그 한마디가 한 학기, 한 학년 아이의 학교생활에 좋은 지지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거 실화다.

마지막으로 꿀팁.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능하면 아버지가 꼭 가시라. 아이가 엄청 좋아한다. 교장선생님도 흐뭇해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렇게 쫓아다녀야 아버지가 아이 양육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학교 행사에 아버지가 안 가는 것은 ‘면제’가 아니라 ‘배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기자명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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